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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핵무기 5, 6개 보유" 오보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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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핵무기 5, 6개 보유" 오보 소동

입력
2006.09.2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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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를 포함한 국내 주요 일간지 25일자 서울.수도권판 일부에 ‘북, 핵무기 최소 5, 6개 보유’ 등 제목으로 보도된 강석주 북한 외무성 1부상의 평양 재외공관장회의 연설내용은 사실이 아니라, 필자가 강 부상의 입장을 상상해 쓴 에세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많게는 이 내용을 1면부터 3면까지 대대적으로 보도한 일간지 등 대부분 일간지는 작문을 사실로 보도하는 희대의 오보 소동을 벌인 셈이 됐다.

로버트 칼린 전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과장은 21일(현지시간) 노틸러스연구소 홈페이지에 ‘추락하는 토끼(Wabbit In Free Fall)’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칼린 전 과장은 이 글을 강 부상의 연설문 형식으로 씀으로써 부시 미행정부의 대북 강경외교에 직면한 북한의 외교상황과 핵무기 보유실태, 6자 회담에 대한 북한의 인식 등을 효과적으로 담고자 했다.

연합뉴스는 이 글을 진짜 연설문으로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소식에 정통한 복수의 전문가들이 이날 “노틸러스연구소 홈페이지에 로버트 칼린 전 미국 국무부 과장이 전한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연설이 실렸다”는 제보와 함께 “지금까지 본 자료 중에서 가장 적나라하고, 솔직한 내부 고백자료”라며 보도를 권했다. 다른 전문가도 “이건 강석주의 진짜 워딩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보다 더 솔직한 말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평가했다.

일간지들은 24일 밤 11시17분 연합뉴스의 1보를 받았다. 심야에 마감시간이 임박하면 사실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시간에 쫓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간지들도 좀 더 차분했더라면 칼린 전 과장의 글이 실제가 아니라는 힌트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칼린 전 과장은 서두 부분에 “리처드 부시(브루킹스 연구소 동북아정책연구센터장)가 나(칼린)에게 윌리엄 새파이어(뉴욕타임스 정치 칼럼니스트)를 모방하고 김정일과 영혼의 교감을 나눌 것을 제안했다”고 썼다. 칼럼에 소설적 기법을 곧잘 사용한 새파이어의 글 형식을 흉내냈으며, 북한 내부관점에서 서술한 것임을 서두에 밝힌 것이다. 또 해당 글 바로 아래에는 분명히 ‘로버트 콜린 에세이(Essay by Robert Carlin)’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칼린 전 과장은 국내 언론과의 접촉에서“사소한 풍자도 허용되지 않을 만큼 (한국민에게) 북한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며 씁쓸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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