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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위기 보는 듯… 맥빠진 '인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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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위기 보는 듯… 맥빠진 '인문주간'

입력
2006.09.2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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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처음 인문학계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인문주간(25~30일) 행사가 사전 준비와 홍보 부족으로 첫날부터 외면받았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은 인문학 위기의 실체와 연구 성과를 진단하고 인문학 경쟁력 증진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대학 연구단체 등 7개 기관 등과 함께 ‘열림과 소통의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60여 개의 다양한 온ㆍ오프라인 행사를 마련했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벗어나 대중 곁으로 다가가자’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첫날 행사를 찾은 일반인의 발길은 뜸했고 일부 행사는 아예 미뤄질 정도였다.

인문주간 첫날 행사가 열린 25일 오후 서울대 규장각. ‘기록문화의 꽃, 의궤’라는 주제로 규장각 소속 학예연구사가 강연을 했지만 객석에는 20~30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마저도 관련 학계 연구자와 전공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일반인들은 5명 내외였다.

규장각 관계자는 “행사 첫날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숫자”라고 아쉬워했다. 규장각은 행사를 주최한 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행사안내 포스터와 책자가 지난 주말에야 받았다. 특히 포스터 등에는 강연시각조차 표시돼 있지 않았고, 규장각이 만든 자료집 역시 행사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에서야 급히 나왔다.

같은 시각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도 왕실문서 전문연구기관인 장서각이 마련한 ‘고문서와 왕실의궤를 통해 본 조선시대 생활 강좌’와 ‘의궤, 고문서실 탐방’행사가 연이어 열렸지만 일반인 참가자는 50여명에 그쳤다.

게다가 철학아카데미는 이날 오후 열기로 했던‘글쓰기와 인문 정신’행사 자체를 갑자기 30일로 연기했다. 철학아카데미 관계자는 “당초 글쓰기 관련 강연과 우수학생 글 발표회, 그리고 강평과 시상식을 열기로 했으나 홍보 부족으로 응모한 글 수가 예상보다 적어 행사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세부 행사의 전반적인 조율을 맡고 있는 학술진흥재단 측의 사전 준비가 너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재단은 8월초가 돼서야 첫 전체 기획회의를 열어 행사 취지와 개요를 설명했다고 한다. 규장각 관계자는 “인문학 위기를 벗어나자는 취지는 매우 좋았지만 그 뜻을 살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결국 기존에 하던 내용을 조금 손 보는 식으로 강연이나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했다.

한편 공식 개막일인 26일에는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열림과 소통의 인문학’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는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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