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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경영참여 선언!

입력
2006.09.2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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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펀드 자본주의'가 본격화되는가. 국내 펀드들이 잇따라 기업경영 참여를 선언하며 특정기업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증시에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샘표식품 지분 24.1%를 전격 인수해 관심을 끌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의 사모펀드(PEF) '마르스 제1호 PEF'는 22일 공시를 통해 이사 선임 등 회사의 주요 경영활동에 본격적인 참여를 선언했다. 우리PEF는 우선 공석 상태인 샘표식품의 이사 자리 1석을 맡아 회사의 경영현황 파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 유화의 지분 5.68%를 보유한 호주계 펀드 헌터홀도 15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어 눈길을 끌었다. 증권가에서는 코오롱 유화 지분을 보유한 지 1년이 넘은 이 펀드가 갑자기 보유목적을 변경한 데 대해 배당 확대를 노리고 회사 측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의 큰손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도 최근 "기업이 투자를 해야 성장하고 주가도 올라가므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도록 압박하겠다"며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회장은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의 주식은 팔고 떠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덧붙였다.

'장하성 펀드'의 인기에 힘입어 편입종목 선정에서 해당기업의 지배구조를 비롯한 경영활동의 윤리성 등을 잣대로 하는 사회적책임투자(SRI)펀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SH자산운용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탑스아름다운종류형 주식투자신탁 펀드는 설정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지난달 농협 CA자산운용이 내놓은 뉴아너스SRI펀드는 시판 1개월 만에 1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이는 2001년 삼성이 국내에서 최초로 출시했던 SRI펀드인 에코펀드가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 당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현상이다.

'장하성 펀드'의 등장 이후 본격화된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펀드의 지나친 경영간섭이 기업들로 하여금 설비투자, 기술개발 등 장기적 안목의 경영보다 단기 실적에 집착하게 만들 수 있다"며 "펀드의 영향력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실제로 국내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2001년 8월 3.2%에서 올해 3월에는 4.7%로 높아졌다.

그러나 펀드업계에서는 이 같은 '펀드자본주의' 확산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장하성 펀드' 같은 일부 사모펀드를 제외하면 다수의 일반투자자로 이루어진 대다수의 펀드는 시세차익을 주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대한화섬의 경우처럼 펀드가 기업과 갈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주가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의 즉각적인 환매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본격적인 경영참여는 어렵다는 것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현재의 상황은 국내에선 생소한 '펀드 자본주의'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과도기적 과열상태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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