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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늘 고쳐 짓는 스웨덴 복지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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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늘 고쳐 짓는 스웨덴 복지모델

입력
2006.09.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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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1974년 미르달(Gunnar Myrdal)과 하이에크(Friedrich von Hayek)를 공동 수상자로 선정, 세상을 더러 어리둥절하게 했다.

한림원은 이들이 경기변동과 화폐이론을 중심으로 순수경제이론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성과를 남긴데다 여러 사회ㆍ경제 체제를 비교 연구, 경제학의 지평을 넓혔다고 칭송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경제이론을 편 것에 비춰 공동수상은 기묘한 아이러니로 볼만한 측면이 있었다.

● 빗나간 '스웨덴 모델' 성패 논쟁

스웨덴 출신인 미르달은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케인즈 경제학을 케인즈 이전에 발전시킨 스톡홀름 학파의 태두로, 서유럽 복지국가의 원조인 스웨덴 모델을 구축하는데 앞장 섰다.

반면 오스트리아 태생의 하이에크는 분배정의와 복지국가 제도를 '노예로의 길'이라고 비판하며 자유주의 경제논리를 신봉했다. 케인즈 경제학이 지배하던 시절 주류에서 소외돼 영국과 미국을 떠돈 하이에크는 뒷날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가 구현한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의 창시자로 추앙 되며 대처와 레이건이 준 훈장까지 받았다.

경제학도의 상식을 거론한 것은 스웨덴 총선에서 집권 좌파가 패배하고 중도우파 연합이 승리한 것을 놓고 우리 사회가 '스웨덴 모델' 논쟁을 벌인 것이 민망해서다.

흔히 외국의 경험과 사례에서 올바른 교훈을 찾기보다 각자 편한 대로 견강부회를 일삼으며 경제 체제나 정책 논쟁과 국민 인식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악습이 새삼 두드러진다. 비약하자면 스웨덴 복지모델의 성패를 논란하는 것 자체가 미르달과 하이에크, 둘 가운데 누가 진짜 노벨상 감인가 다투는 것과 같다. 그만큼 어리석고 쓸모 없다.

물론 보수언론이 대뜸 스웨덴 모델의 실패를 떠든 데는 그럴만한 근거가 있다. 자유경제 논리를 주창하기 마련인 영미 보수언론이 스웨덴 복지모델의 좌초를 언급한 바에야 망설일게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하이에크가 미르달과 케인즈의 복지국가 이상을 좇는 서유럽 사회민주주의를 숫제 부도덕한 자유에의 위협으로 치부한 것과 같은 심리가 작용한다. 스웨덴 선거와 모델을 논한 듯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사회의 분배와 복지 요구가 보수적 이익을 위협한다고 외친 것이다.

이에 맞서 정부와 주변에서는 복지 후진국인 우리 처지와 과제를 스웨덴과 곧장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짐짓 중립적인 언론은 남의 나라 선거를 놓고 다투는 것은 잘못이라며 성장과 복지의 조화를 강조했다. 또 진보언론은 스웨덴 모델은 여전히 유효하며, 다만 타성과 오만에 젖은 좌파정부를 국민이 준엄하게 심판한 것이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시각은 어찌 보면 모두 나름대로 타당하다. 그러나 굳이 시비를 가리려 애쓰기에 앞서 주목할 것은 스웨덴과 유럽사회가 선거결과를 우리만치 논란하지 않는 점이다. 그 이유는 독일 언론 등이 이미 지난해 중도우파 집권을 예견하며 내놓은 분석에서 간명하게 엿볼 수 있다.

스웨덴 복지모델은 국가를 '공동의 집'(folkshem)으로 여기는 국민정서가 기초이고, 그 집은 수시로 개축된다는 관찰이다. 또 형편에 맞춰 집을 키우든 줄이든, '복지는 비용 아닌 생산적 투자'라는 미르달의 논리가 변함없는 주제라는 것이다.

● 정치세력 개혁의지ㆍ역량이 관건

그러면 정권교체의 진짜 교훈은 무엇인가. 좌파 사민당은 최근 10년간 집권하면서 경제성장 실적에 자만, 낡은 집 개축에 소홀한 것이 실패요인이다. 개혁의지와 비전을 보이지 못해 민심을 잃었다.

그러나 유럽 언론은 이런 진부한 교훈보다 만년야당 중도우파가 복지모델의 틀을 시비하는 완고한 이념노선을 버리고 정책과 인물의 환골탈태를 이룬 것에 한층 주목한다.

좌든 우든 이념의 경계를 허물고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개혁의지와 역량을 내보이는 것이 스웨덴 뿐 아니라 모든 나라의 정치지형을 결정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누구보다 우리 사회가 새겨 들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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