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ㆍ구세대 재즈맨들은 모두 모였더군요. 한동안 못 본 선후배들과 반갑게 인사 나눌 수 있었던 자리였죠.”
20일 자정께 다녀온 색소폰 주자 정성조씨 모친상 빈소는 그에게 이제 정말 한국으로 돌아왔구나 하는 기분을 주기에 족했다. 국내 있을 때 누구보다도 자주 함께 공연한 정씨와 반갑게 인사 나눈 때문만은 아니었다. 김희현 유영수 신관웅 등 한국 재즈 1세대 노장파에서 젊은 또래까지, 한국의 재즈맨들은 모두 모이다시피 했던 자리였다.
4년 동안의 유학 생활을 접고 지난해 12월말 완전 귀국한 재즈 피아니스트 임미정(36)씨의 행보가 바쁘다. 귀국 콘서트 이름을 그는 ‘True Jazz Live’라고 붙였다. 재즈란 예술의 현실과 본질을 똑똑히 알게 해 준 미국에서의 재즈 공부 시간 4년이 압축된 말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펼치는 첫 단독 콘서트이다.
“공원 잔디밭에도 ‘개, 황색인 진입 금지’ 팻말이 있지 않았으냐고 어느 교 수가 말하더군요. 그 사람한테서 강의 들을 마음이 싹 가셨죠. 총장한테 사실을 일러준 뒤, 교수한테는 수업 중단을 통보했어요.” 평소 따듯한 마음씨의 미국인으로 알았던 백인 교수가 ‘재즈 피아노 스타일’이란 과목에서 흑인 재즈맨들이 겪은 인종 차별에 대해 강의하면서 불쑥 내뱉은 말이 화근이었다. 학교측에서 마련한 중재 노력도 거절했다. 그의 미국 유학길은 새로운 발견의 시간이었다.
뉴욕의 1급 재즈 클럽(버드랜드, 맥스 등) 공연과 페스티벌 출연은 물론 한인타운, 선상 파티, 병원, 학교 등지에서도 ‘임미정 콰텟’은 모습을 보였다. 그래미상의 단골 후보로 거론되는 재즈 가수 네나 프릴론과 이탈리아 등지에서 순회 공연을 하면서 그는 진짜 재즈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재즈가 부르주아의 음악이 아닌, 미국의 인권 역사와 깊이 연관된 음악이라는 사실말이죠.” 그동안 제쳐두었던 재즈의 역사에 심취할 수밖에 없었다.
임씨가 버클리 음대와 맨해튼 음대의 재즈퍼포먼스과에서 학ㆍ석사 과정을 수료한 세월은 1집 ‘Flyin’’과 2집 ‘In The Rain’을 부지런히 발표한 시간과 일치한다. 1집 수록곡은 영화 ‘가발’에서 쓰이기도 했다. 그는 11월 프랑스에서 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 재즈 페스티벌 참가를 앞두고 있다. 진 잭슨(드럼) 등 2집 세션맨 3명이 모두 입국해 펼치는 이번 공연은 30일 오후 8시 추계예술대학 콘서트 홀에서 열린다. (02)325-7081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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