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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해외서 펑펑… 국내는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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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해외서 펑펑… 국내는 꽁꽁

입력
2006.09.2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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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루종일 10벌도 못팔아"

"대목이라구? 말도 마쇼. 그런거 기대안한지 오랩니다."

23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25년째 이곳에서 아동복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양모(71) 씨는 추석대목이란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양 씨는 "오늘 하루 종일 10벌도 못 팔았다"며 "밤 11시까지 영업을 해도 되지만 요즘은 9시만 되면 대부분 상가들이 철시한다"고 말했다.

상가 곳곳엔 내걸린 '바겐세일' 간판과 좌판에 쌓이기 시작한 각종 추석용 용품과 선물세트.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손님들의 발길은 뜸했고, 그나마 물건을 사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추석대목을 열흘 여 앞둔 주말' 분위기는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2 "추석연휴 해외 나가야죠"

"외국으로 가려구요. 10년에 한번 올까말까 하는 이 황금연휴를 여기서 보내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회사원 장모(28ㆍ여) 씨는 오는 토요일 입사 동기 여직원들과 유럽여행을 떠난다. 개인휴가를 써서 징검다리 휴무를 모두 묶어 일주일 정도 다녀 오기로 했다.

장 씨는 "그냥 집에서 푹 쉴까, 아니면 친구들과 콘도를 잡아 며칠 놀다 올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큰 맘먹고 해외로 나가기로 했다"면서 "사실 국내에 있어 봤자 별로 할 일도 없고 마땅히 갈 데도 없는 게 사실 아닌가"라고 말했다.

추석경기의 명암이 너무도 대조적이다. 국내소비는 '꽁꽁' 얼어붙은 반면, 해외소비는 '펑펑' 늘어나고 있다. 개인들의 소비행태 차원을 넘어,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도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짝 활황세를 보이던 국내 경기가 2분기 이후 하강조짐을 보이면서 올 추석명절을 앞둔 내수는 사실상 실종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핵가족화가 진전되고 전통적 형태의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명절 소비 패턴도 점차 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경기하강까지 겹쳐 정도가 휠씬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부유층을 중심으로 수십만원, 심지어 수백만원대 양주나 굴비세트까지 쏠쏠하게 팔리고 있어, 내수시장은 전반적 침체 속에 양극화가 확대되는 굴절상을 연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국내소비 침체가 해외소비 증가에 의해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장 9일에 달하는 추석연휴 기간 해외관광ㆍ여행인파는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연휴기간 국제선 비행기 좌석은 오래전에 매진된 상태이고, 주요 여행사마다 해외관광 패키지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명절 해외여행열풍이 국내 여행시장엔 도움이 되겠지만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쓸 돈을 해외에서 쓴다는 점에선 국내소비를 더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소비 침체와 해외소비 활황의 이중적 소비행태는 국가경제에도 큰 짐이 되고 있다. 해외여행의 폭발적 증가는 서비스 수지 악화→경상수지 악화→내수침체 심화의 악순환을 야기한다.

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위원은 "올 1~7월 전체 경상수지적자는 6억3,000만달러인데 비해 서비스수지 적자는 106억달러에 달하고 있다"며 "이 같은 서비스수지 적자규모는 37개 주요국 가운데 러시아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수준으로 이제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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