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협 영화 '동방불패(東方不敗)'가 1992년 크게 히트한 이후 사람들은 어떤 난관이나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끄떡없이 건재하는 것을 비유해 '△△불패'라는 말을 자주 붙여 쓴다.
부동산 시장에도 유명한 '불패'시리즈가 있다. 폭등하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숱한 대책에도 불구, 꿈쩍 않는 강남 집값 현상을 빗댄 '강남불패'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파주 신도시 아파트분양이 청약 첫날 높은 경쟁률로 마감되면서 '고분양가 불패' 시리즈가 하나 더 생겨났다.
건설교통부는 파주 신도시 아파트 분양과 관련, 내년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낮아질 것이라며 부랴부랴 청약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하지만 청약자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청약현장에 몰려 들었다. 정부 말을 믿고 기다렸다가는 집값만 올라 간다는 극도의 불신감에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에 고분양가 논란을 빚으면서도 분양 대박을 낸 건설사들이 많다. 오히려 '비싸야 잘 팔린다'는 고가 마케팅 전략이 주택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원가에 비해 턱없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폭리를 취하고, 부유층들은 분양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과 집값 상승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정작 지상에 집 한 채가 절실히 필요한 중산ㆍ서민층의 내 집 마련의 꿈은 갈수록 멀어져 가고 있다. '투기는 끝났고, 집값은 8ㆍ31대책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의 호언장담이 서민들에겐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고 있다. 정부는 서민들의 허탈감과 분노를 달래줄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전태훤 산업부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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