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60~90%를 안정적인 채권에
요즘 증권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는 상품이 있다. 주가연계증권(ELS)이다. “주식보다는 안전하고 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분에게 적합한 틈새상품”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이 말만으로는 선뜻 투자 결심이 서지 않는다. ELS는 도대체 어떤 상품일까.
언뜻 주식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지만 자금 대부분(보통 60~90%)을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한다. 나머지 자투리 자금으로 주식 또는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대체로 연 10% 안팎의 수익을 추구한다.
ELS는 주가가 오를수록 수익이 많아지는 주식이나 펀드와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만기(또는 조기상환)까지 주가 움직임이 일정 기준을 만족시킬 경우 약정 수익률을 안겨주는 형태다. 즉 많이 오를수록 좋다기보다 많이 빠지지만(드물게는 반대인 경우도 있다) 않으면 좋은 게 ELS다. 요즘 많이 나오는 개별종목 조기상환 스텝다운형을 예로 살펴보자.
미래에셋증권에서 27일까지 판매하는 ‘ELS 801호’는 만기가 2년이고 6개월마다 한번씩, 총 4번의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기초자산은 LG전자와 KT&G 2종목. 6개월 뒤 두 종목 주가가 기준가격(대체로 판매일 직후의 가격) 90% 이상이면, 즉 10% 넘게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13.5%의 이자(6개월이니 실제는 절반)를 쳐서 돌려준다. 주가가 10% 떨어지나 100% 오르나 똑같다. 만일 한 종목이라도 10% 넘게 떨어져 기회를 놓친다면 6개월 뒤를 기다린다. 내년 9월, 이번에는 두 종목 주가가 기준가격의 85% 이상만 되면 마찬가지로 연 13.5%의 수익률로 조기 상환된다. 6개월 전보다 조건이 좋아졌다. 3번째, 4번째 조기상환일에는 각각 80%, 75% 이상으로 더 떨어진다.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기상환 구간이 넓어지는 유리한 구조를 스텝다운(Step Down)형 또는 행사가격하향조정형이라고 한다.
4번의 조기상환 기회를 모두 놓치더라도 기회는 있다. 두 종목 모두 만기까지 기준가격의 40% 이하로 폭락한 적이 없기만 하면 연 10% 수익률로 돌려준다.
주가가 그렇게 빠져도 수익을 준다니 멋지다. 하지만 이 상품은 원금보장형이 아니다. 한 종목이 크게 배신해 조기상환을 놓치더니 만기가 됐을 때는 아예 반토막이 나버린다면 꼼짝없이 원금을 까먹게 된다. 가능성이 적기는 하지만 전혀 없는 일도 아니다. 특히 주가가 일단 원금손실 수준 밑으로 빠지면 손실폭이 급격히 커지는 고위험 상품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실제 올 상반기 주가 조정기에 만기를 맞은 몇몇 ELS에서는 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원금보장형 ELS도 느는 추세다. 현대증권이 27일까지 파는 쿠폰지급 원급보장형 ELS, 이익참여율 변화형 ELS가 그렇다. 물론 원금보장이 되면 수익률은 다소 낮아지는 게 당연하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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