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기본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검찰과 변호사를 폄하한 표현이나 강도는 상궤를 크게 벗어난 것임을 지적한 바 있다.
거의 같은 취지의 사법개혁추진위 개혁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에서 쓸데없이 감정적 대립을 촉발한 대법원장은 사려 깊지 못한 언행을 자성하고, 검(檢)·변(辯)에게는 일부 표현을 문제삼는 격한 대응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의 뜻이었다.
그러나 파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법원·검찰 간 갈등이 더욱 심화하고, 변호사회는 대법원장의 사퇴 및 탄핵을 운위하는가 하면, 경찰까지 논쟁에 가세하는 등 사태가 복잡한 양상으로 뒤엉키고 있다.
사법질서의 중심축을 이루는 당사자들 간의 다툼으로 인해 자칫 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추진돼 온 사법개혁의 기본방향마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거듭 지적하건대 바로 이 점에서 대법원장의 경솔한 발언은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렇다 해도 법조계 전체가 위상 대결이나 자존심 싸움에 휩싸인 모양새는 볼썽 사납다. 법원, 검찰, 변호사회 3자는 상대방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법현실에 대한 여론부터 진지하게 다시 들어볼 일이다.
누구에게서나 수사와 공판과정에서 주장이나 반론을 제대로 펼쳐봤다는 말을 듣기 어려운 게 솔직한 현실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사건이나 소송의 당사자이면서도 정작 '그들'끼리의 게임에 들러리만 서는 소외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사법개혁 논의의 핵심 출발점도 여기였다.
이런 사법현실에 대해 책임의식을 공유해야 할 법원 검찰 변호사 간에 제 위상의 높낮이나 책임의 경중 따위를 다투는 것은 부질없다.
그러니 사태를 유발한 대법원장은 어떤 형태로든 겸허하게 이해를 구하고, 법조계는 사법정의를 제대로 구현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놓고 제대로 경쟁하기를 바란다. 국민이 냉소하는 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도리어 모두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키는 미련한 짓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