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올 가을 초, 늦어도 연내에는 더 많은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 영변 원자로에서 핵 연료봉을 꺼낼 계획이라고 미 국제정책센터 셀리그 해리슨 선임연구원이 23일 밝혔다.
19일부터 5일간 평양방문 동안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나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해리슨 연구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은 북미양자대화 지렛대로 영변 원자로를 활용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사용후 핵 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폭탄 제조에 쓰이는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으며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사용 후 핵 연료봉을 마지막으로 꺼낸 것은 2005년 6월로 통상의 핵 연료 주기보다 6개월 이상 빠른 것이다. 영변 원자로 연로봉으로는 핵폭탄 3~6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 실험 가능성에 대해 김 부상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우리는 작동하는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실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최근 부쩍 북미대화에 신축적인 자세다.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등 미 당국자들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지만 보인다면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북한계좌동결 등 현안에 대한 사전 북미대화와 평양회동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는 대북제재에 앞서 일단 북미대화에 비중을 두면서 외교적 해결 모양새를 취하는 인상이다.
반면 북한은 상황변화를 더 주시하는 듯이 보인다. 김계관 부상은 해리슨 선임연구원과의 면담에서 북미회담에 대해 “미국이 조건 없이 (금융제재 문제에 대해) 협의하려 하는 지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미의 미묘한 변화 조짐 속에 중국의 역할도 주목된다. 한편 6자 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29일 서울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6자회담 재개방안을 논의한다. 여기서 북미대화를 위한 BDA 등 금융제재 해결을 위한 중재안이 협의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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