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정계개편을 말하는 빈도가 부쩍 늘어가고 있다. 내년 대선이라는 큰 정치행사가 다가오니 생기는 현상이다. 수없이 보고 들어온 정계개편이라 익숙하고 당연한 일처럼 생각되지만 어디까지나 우리 정치권의 고질적 습관적 병폐일 뿐이다.
각 정당, 정파가 이기적 생존 방편으로 인위적 이합집산을 거듭한 데 불과한데도 마치 하나의 정치 패턴인 양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요 며칠 사이 여야는 모두 정계개편에 대해 한 마디씩 내뱉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정권을 잃는다"는 조급함이 짙은 모양이다. 그래서 들리는 말이 소위 '민주개혁평화세력 대연합'론이다.
좋은 구호는 모두 갖다 붙인 수사로 다른 세력을 사악시하려는 이미지 조작을 시도 중이다. 그러나 자기들보다 인기도가 높은 몇몇 명망가를 끌어들이려는 유치한 포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다수가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역연합을 내건 통합을 모색하는 것도 승리지상주의의 허무한 무원칙을 드러낸다. 이들은 한 때 정책과 이념을 놓고 으르렁거리던 반대 정파, 특히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한 지역대립의 상징적 정파들이었다.
그러나 선거가 다가오자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뭉쳐야겠다고 기회만 있으면 군불 때기에 열중한다. 현 정권의 모태였던 민주당이 한나라당과의 거래를 말하자 열린우리당은 "정치적 매춘행위"라고 원색적 비난을 퍼붓는다.
정치판은 한 솥 밥을 먹던 동료 관계도, 죽자 살자 싸우던 적대 관계도 상황만 바뀌면 아무 상관이 없다. 오로지 취할 것은 살아 남기의 이득 뿐이다. 그렇게 갈라서고 합치고 해서 정치권이 남긴 것은 숱한 정당 이름들 뿐이었다.
편의에 따라 급조된 정당이 나오면 유권자들은 어쩔 수 없이 있는 것 중에 선택하도록 강요 당할 수밖에 없다. 정당은 고유의 이념과 명분, 정책적 차별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오로지 정권을 위해 손을 잡는 이합집산은 정치의 퇴행이자 야합의 술수이며 국민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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