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22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양국의 경제 대화가 세계 경제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골드만삭스 회장에서 재무장관으로 변신한 뒤 이뤄진 폴슨 장관의 첫 방중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임기 후반 대중 정책의 기조가 압박이 아닌 대화가 될 것임을 시사하는 방향타였다.
폴슨 장관은 골드만삭스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후 주석을 만나 “미중 관계는 세계 양자 경제관계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양국 정상의 지대한 관심으로 이뤄진 (미 재무장관과 중국 부총리간) 전략대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경제현안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 주석도 “평등한 대화, 솔직한 대화로 이뤄질 전략대화를 통해 양국 모두 이익과 번영을 얻어야 한다”고 화답했다. 평등한 대화라는 수식어에 약간의 가시가 있지만 폴슨 장관의 방중으로 확정된 전략대화에 중국측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면담은 중국을 잘 아는 폴슨 장관에 대한 중국측의 환대가 곳곳에 배어 있었다. 후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상대가 장관급임에도 모두 면담해주었고, 특히 후 주석은 공식 면담 후 폴슨 장관과 15분간 독대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면담을 마지막으로 끝난 폴슨 장관의 4일간의 방중은 위안화 환율, 2,000억달러에 달하는 미측 무역적자 등 산적한 경제 현안들이 중국측의 입장이 감안되는 ‘부드러운’ 방식으로 해결될 것임을 알렸다.
뉴욕타임스는 폴슨 장관이 골드만삭스 시절의 중국 인맥과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정작 표면적으로는 그것과 거리를 두는 제스처를 썼다고 평가했다. 중국 내 비즈니스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후에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는 그의 의중이 드러났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민간경제가 가장 번성하는 저장(浙江)성을 19일 방문, 중국에 자본주의 경제를 확대하고 시장확대를 요구하는 미국의 전략적 접근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폴슨 장관의 방중에 발맞춰 위안화를 얼마큼 올려야 적정할지에 관한 논의가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대목은 향후 중국의 위안화 추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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