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이 5ㆍ3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광역 자치 단체장들에게 편법을 동원, 많게는 수천만의 후원금을 낸 것으로 드러나 돈의 성격을 놓고 의혹이 일고 있다. 해당 기업은 1인당 고액 기부한도(120만원 이상 500만원 이하) 내에서 회사 직원과 가족 등 여러 명이 동시에 후원금을 내도록 하는 방법을 썼다. 관련기사 4면
선관위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들은 이렇게 지원된 거액의 후원금은 결국 기업이 이권을 챙기기 위한 로비자금 또는 대가성 뇌물일 개연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 상 이 같은 행위는 불법이 아니어서 정치자금법 등 관련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이 22일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중앙선관위에 신고했던 고액후원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A시장은 G개발 임직원 6명으로부터 3,000만원의 후원금을 나눠 받았다. 이들은 모두 회사명을 기재하지 않고 주소를 각각 다르게 썼으나, 모두 같은 회사 직원으로 확인됐다.
B지사는 도내 골프장 운영업체의 임원 4명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았다. C시장 역시 물류회사 M사의 임직원 2명에게 1,000만원을 받았고, D건설과 H시멘트 대표 부부로부터 각각 1,000만원을 후원 받았다. 대표의 부인들은 직업란에 ‘주부’라고만 기재했다.
이와 함께 D시장은 자신이 실질적 인사권을 가진 컨벤션센터 본부장으로부터 개인 후원금 최고 한도인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방식은 국회의원 후원과정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관행화했다. 선관위가 3월 발표한 ‘2005 정치후원금 고액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우리당의 한 의원은 주소가 서울 여의도로 돼 있는 회사직원 4명에게 200~400만원씩 1,000만원을 받았고, 같은 당의 또 다른 의원은 S사 직원 546명으로부터 1인당 10만원씩 5,460만원을 받은 혐의로 7월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경희대 교양학부 김민전 교수는 “우리의 정치자금 제도는 정치인과 이익단체의 유착을 막기에는 구멍투성이”라며 “정치권이 17대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정치혐오증에 부응해 제살 도려내기 경쟁을 하다가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길마저 막았다”고 전면적 제도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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