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몸져누웠다. 두 주간의 유럽ㆍ미국 순방을 마치고 16일 귀국한 뒤 빡빡한 공식일정 때문에 감기몸살이 겹쳐 22일 출근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강원 정선군청에서 열린 신활력사업 성과보고회에 가지 못하고 하루종일 관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15일 저녁까지만 해도 “새롭게 도전하는 농촌현장을 찾아 격려하고 싶다”던 노 대통령이었지만 밤새 몸살이 심해진 데다 목까지 잠겨 도리가 없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아침에 주치의로부터 진찰을 받았다”며 “노 대통령이 피로를 호소했고 참모들도 쉬어야 한다고 권했다”고 전했다. 몸 상태도 안 좋은데 강릉까지 소형비행기로, 이어 정선까지 헬기를 타야 하는 등 왕복 4시간이나 걸리는 장거리 이동이 무리라고 주치의는 판단했다.
노 대통령이 몸이 아파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고 출근하지 못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취임 첫 해인 2003년 9월 광주ㆍ전남 지역 언론사 회견을 취소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눈 다래끼 때문이었다.
노 대통령은 평소 책과 인터넷을 즐겨 자정을 넘겨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전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1시간 동안 요가를 할 정도로 건강 체질이다.
그런 노 대통령이 호된 몸살에 걸린 것은 역대 최장인 이 달초 해외순방이 결정적이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4개국 5개 도시를 방문하는 동안 일요일도 쉬지 못하고 분 단위로 짜여진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시차가 6시간에서 16시간이나 되는데다 지구를 한바퀴 돌며 비행기에서 보낸 시간만 45시간이 넘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한국과 밤낮이 완전히 바뀐 워싱턴에선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느라 이틀 동안 잠을 설쳤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노 대통령은 지난 주 토요일 귀국 길에는 눈이 푹 들어가는 등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귀국 후 연일 공식일정을 치르면서 피로가 누적됐다. 한 참모는 “한미 정상회담의 노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청와대와 외교부간 혼선과 헌재소장 인준 파동 등도 노 대통령에게 심적 피로를 안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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