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의 갈등이 확산된 데에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직설 화법이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대법원은 검찰과 변호사협회가 이 대법원장의 스타일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오해를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대법원장은 자못 전직 대법원장들과 다른 행보를 밟아 왔다. 그동안 대법원장들은 ‘외로운 수도승’을 자처했다.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전임 최종영 대법원장은 향우회 모임에서 사건 청탁 얘기를 들은 뒤 임기 내내 집무실에서 혼자 식사를 해결할 정도였다. 공식 행사 외에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이 대법원장은 취임식부터 파격을 보였다.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던 역대 취임식과 달리 이 대법원장의 취임식에는 장애인과 봉사요원, 학생, 시민 등 100여명이 초청됐다. 이 대법원장은 당시 “일각에서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국민을 섬기고자 하는 뜻으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라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본인의 신념을 가감 없이 말씀하는 분”이라며 “젊은 법관들과의 접촉을 자주 갖고 사법부 변화의 절박성을 피력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이 대법원장은 두산그룹 오너 일가에게 1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후 “화이트칼라 범죄는 엄정하게 판결해야 한다”고 훈시하기도 했다. 대법원장이 특정 사건에 대해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이례에 속한다. 이 대법원장은 새로운 법원을 만들겠다는 소명 의식을 공석에서 누차 언급했다.
이 대법원장의 이력은 법원 안에서 수직 상승했던 전직 대법원장과 다르다. 이 대법원장은 2000년 대법관을 그만둔 뒤 5년간 법원 밖에서 변호사, 서울대 강사,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을 지냈다.
탈(脫)관행이 광폭 행보와 거침없는 발언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법관들에게 사법부 위기 의식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충격 요법을 이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이 대법원장의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보’를 법원 인사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시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정치권과의 코드 맞추기 아니냐, 법조 3륜의 충돌을 야기하면서까지 무리해서 앞서 갈 필요가 있느냐는 꼬리표도 따라붙는다. 지난해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논란이 일단락됐는데도 이 대법원장이 다시 공판중심주의를 화두로 꺼낸 데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고법 부장판사의 구속을 몰고 온 검찰의 법조비리 수사에 대한 불만의 표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법원장은 26일 지역 순회의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고ㆍ지법에서 법관들에게 훈시를 하고 다음 달 관훈토론회에 나설 예정이다. 검찰 변호사협회와 접점을 모색할지, 그의 스타일을 유지할지 주목된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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