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책을 낸 후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책을 낸 후에

입력
2006.09.22 00:01
0 0

수필집을 낸 지 보름 지났다. 전에는 책을 내면 득달같이 언니에게 부쳤는데 이번엔 차일피일이다. 언니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책 보내는 일이 시들해졌다. 무엇보다도 내 글을 책으로 묶는 감동이 약해져서 인 것 같다.

막 시인으로 등단했을 땐 이렇지 않았다. 문예지에서 시 한두 편을 청탁받아 보낸 뒤면 그게 활자화한 걸 보고 싶은 열망에 차 이제나저제나 하고 손꼽아 발간일을 기다렸다. 이런 일도 있었다. 처음으로 시를 여덟 편이나 싣게 된 무크지가 드디어 나왔는데, 서점에 달려가 펼쳐보니 오자가 수두룩 눈에 띄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를 어쩌지?! 안절부절못하다 볼펜을 꺼내들고 서점에 쌓인 그 무크지들에 교정을 봐 놓았다. 그래야 마땅한 줄 알았는데, 만약 그 광경을 서점 점원이 봤다면 전부 물어내라고 했을 것이다. 서점 입장에서는 내가 새 책에 낙서를 한 셈이니까.

"아, 잡문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내 엄살에 문화평론을 하는 친구가 받아쳤다. "넌 잡문 쓰니? 우리는 순문(純文) 쓴다!" 시궁창을 들여다보면서도 궁창(穹蒼)의 얼굴인 그다운 반발이다. 시건 산문이건, 순문 책을 내면 감동이 새라새롭겠지.

시인 황인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