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들거나 황사발생 지역 같은 건조한 토양에서도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돼 사막화 등 환경과 식량부족 문제 해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황인환(47) 교수와 이광희(36) 박사는 22일 새벽 세계3대 학술지인 ‘셀’을 통해 식물생장의 주요 물질인 아브시스산(Abscisis acid·ABA)의 생성경로를 밝히고 가뭄 환경에서도 식물이 잘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팀이 식물 애기장대에서 ABA를 생성할 수 있는 효소 AtBG1의 유전자를 조작한 결과 ABA가 많은 애기장대는 3주간 물을 주지 않아도 씨를 맺은 반면 ABA가 평균치 이하인 애기장대는 25%만 살아 남았다.
거의 모든 식물에 존재하는 ABA는 꽃을 피우거나 가뭄 홍수 등 외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식물생장 물질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ABA가 합성되는 과정이 10여단계를 거칠 정도로 복잡해 이를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황 교수팀은 별 기능이 없다는 이유로 연구되지 않았던 ABA와 글루코스 에스테르 결합체(ABA-GE)에 주목해 효소 AtBG1가 손쉽게 ABA-GE를 ABA로 분해함을 규명했다. 멀리 돌아가는 길 대신 신속하게 ABA를 만드는 초특급 지름길을 발견한 셈이다. 이 박사는 “실험적으로 확인이 어려워 연구성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는 데 7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식물이 ABA와 AtBG1을 갖고 있어 이번 연구성과가 다른 식물에 널리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 교수는 “전 지구적 문제인 온난화, 토양 황폐화, 물 부족 등을 해결할 전기가 될 것”이라며 “황사발생 지역에서 성장 가능한 식물, 물 공급을 최소화한 벼,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위한 가뭄내성 식물 등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부와 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은 창의연구 사업의 하나로 수행됐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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