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먹고 알까지 먹으면서 살기는 참 어렵다. 욕심을 부리다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며 사는 이들은 세상에 널려 있지만.
이제 중년에 들어선 동갑내기 임주성(42) 최해용씨 부부는 직업이 요가 지도자이다. 웰빙 열풍에 힘입어 요가는 건강 프로그램의 대세를 이루게 됐고 많은 강사들이 배출돼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그것도 전업으로 요가의 전도사를 하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요가계를 잘 알고 있는 본인들조차 조심스럽게 “아마 우리 부부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이 부부가 바로 꿩 잡고 알까지 줏으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일단 삶에서 가장 소중한 ‘건강’을 직업에서 구하고, 남을 건강하게 이끄는 데서 ‘보람’을 얻고, 사는 데 필요한 ‘돈’까지 번다. 결과적으로 행복의 종합선물세트를 챙기는 셈이다. 한 마디로 부럽다. 임주성씨가 원장으로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피트니스요가아카데미에서 이 부부를 만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요가 예찬이 이어진다. 그런데 귀에는 들리지 않고 두 사람의 얼굴만 쳐다보게 된다. 귀밑머리가 하얗게 변하기 시작한 중후한 아저씨를 그렸었는데 예상과 완전히 다르다. 옆에 앉은 부인 최해용씨도 마찬가지다. 물관리에 철저한 20대들의 놀이터에 가도 전혀 거리낄 것이 없을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요가로 몸을 관리했는지”를 묻자 임 원장은 이제 ‘겨우’ 5년이 됐단다.
그래서 원론적인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요가에 몸담게 된 계기를 물었다. 그런데 계기가 아닌 사연(?)이 있었다.
요가를 먼저 접한 사람은 부인 최해용씨. 집안에 허리가 부실해 고생하는 식구들이 많았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남동생이 이국땅에서 허리에 병을 얻었다. 그 때 치료법으로 선택했던 것이 요가. 요가 덕을 크게 본 동생은 귀국한 후 역시 허리 때문에 병을 달고 살던 누나에게 권했다. 최씨도 요가의 효과로 허리병을 탈출했고 내친 김에 지도자 과정까지 밟았다. 그리고 남편인 임 원장에게 눈길을 돌렸다.
당시 임 원장의 직업은 대기업의 평범한 샐러리맨. 그런데 직책은 평범하지 않았다. 스트레스와 술에 포위돼 매일매일 몸과 마음을 소모해야 하는 홍보팀장이었다.
“몸에 나 있는 구멍 중에 내시경 카메라가 들어가지 않은 구멍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 따로 없었지요. 아마 그 상태로 지금까지 세월이 흘렀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찔하지요.”
아내의 건강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된 요가에 믿음을 갖고 그도 뛰어들었다. 그 효과를 온몸으로 느꼈다. 부인과 마찬가지로 내친 김에 지도자 자격을 따냈다. 그리고 2004년 5월 과감하게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물론 주위에서는 걱정이 많았다. 요가 강사 두 명의 수입으로 생활이 될까? 대기업 중간 간부의 연봉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텐데. 두 아이에게도 이제 막 돈이 들어갈 때이고.
그러나 임 원장은 이미 마케팅전략이 확실하게 서 있었다. 임 원장은 많은 이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가르치는 경험이 풍부한 ‘준비된 강사’였다. 어릴 적부터 대학 시절까지 큰 웅변대회에서 큰상을 받기도 했고, 회사 근무 시절 인력개발팀장을 맡아 강단에 서 본 적도 많았다.
“요가를 산업 교육에 접목시키면 아주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직장인들의 건강에 대한 고민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또 요가의 효과가 이들의 걱정을 크게 덜어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지요.”
인력개발팀에서 일할 때의 지식과 노하우가 가세했다. 요가에 이미지 메이킹, 화술, 비즈니스 매너 등의 커리큘럼을 추가해 기업체와 관공서에 제안서를 보내고 현장으로 뛸 준비를 했다. 피트니스센터는 부인이 지키기로 했다. 퇴직부부가 식당을 냈는데 부인은 주방에 남고, 남편을 배달을 나가는 그런 형식이었다.
임 원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건강과 요가에 대한 관심이 워낙 커서인지, 그의 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하루에 2~3시간 짜리 강의를 서너 차례 하는 날이 많아졌다. 서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동서남북에서 임 원장을 필요로 했다.
2년 반 정도 요가 지도자를 하면서 그는 걱정했던 것을 해결했고, 원하던 것을 얻었다. 생활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수입이 생겼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기업체나 관공서의 연수 프로그램은 몰리는 계절이 있다. 몰리지 않는 시기는 그에게 방학이다. 넉넉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임 원장 부부가 언제나 원했고 그래서 가장 값진 것으로 여기는 것이 바로 이 시간이다.
“요가란 현대인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용이 크게 들지 않고, 장소나 도구의 구애도 없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지요. 많은 사람들이 요가란 몸을 심하게 꼬는 힘드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요가는 적은 체력 소모?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연비가 좋은’ 운동입니다. 요가를 생활화하는 것은 건강을 생활화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임 원장의 요가 예찬이다. 수련실에 들어가 사진 촬영을 했다. 초등학교 때에 짝이었다가 부부가 됐다는 두 사람의 호흡이 척척 맞는다. 촬영을 하면서 내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그 호흡이 아니라 두 사람의 몸매. 군 살이 없는 것은 물론, 적당한 근육에서 건강미가 철철 넘친다. 부끄러워서일까. 비슷한 연배인 기자의 배에 갑자기 힘이 들어간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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