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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제대로 알고 씁시다] 우울증 약은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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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제대로 알고 씁시다] 우울증 약은 선택 아닌 필수

입력
2006.09.2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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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모짜르트,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고갱, 고흐, 버지니아 울프,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에이브라함 링컨, 찰스 다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이 위인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우울증이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은 발병할 확률이 성인 6명당 한 명 꼴로 매우 높은 편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 호르몬의 영향 등으로 인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남성보다 두 배나 더 높다.

우울증은 뇌 안의 세로토닌, 노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 물질의 이상과 코티졸 등 호르몬 체계의 이상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인데, 이처럼 질병에 걸리기 쉬운 소인(素因)은 대부분 타고난다. 그러나 소인이 있다고 무조건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생활 환경에서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비로소 우울증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여러 가지 문제가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병을 정신력으로 극복하면 되는 병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이런 편견으로 인해 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이중의 고통 속에서 괴로워한다.

우울증은 의학적 질환이기 때문에 단지 마음만 굳게 먹는다고 치유되지 않는다. 치료 받지 않는 경우 면역기능 저하나 불면 등의 증상을 일으키며 뇌 세포를 손상시켜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게 만들고 심한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병이다. 우울증 치료에는 중요한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약물치료와 정신치료이다. 어떤 경우는 약물치료나 정신치료 중 한 가지 방법으로 충분할 수 있지만 병합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우울증의 약물요법에는 항우울제, 기분안정제, 항불안제, 항정신병 약물 등을 사용한다. 흔히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항우울제는 습관성이 없으며, 머리를 둔화 시키거나 지능을 낮추게 하는 부작용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항우울제는 불균형적으로 변화된 뇌 신경전달물질을 정상화시켜 기분을 회복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데, 약물치료 시작 후 3~4주가 지나면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한 두 번만 복용하고 효과 없다는 생각에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또한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바로 약을 끊는 것은 증상 재발이나 악화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최소 6개월에서 2년 정도 복용하는 것이 좋다. 기분안정제는 조울증이라 불리는 양극성 기분장애의 우울기 때 주로 사용하며 기분의 굴곡을 정상화 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항우울제 단독으로 반응이 없을 때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항불안제는 우울증에 동반되는 불안감을 치료하기 위해서 사용한다. 환청이나 망상 등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되는 심한 우울증의 경우에는 소량의 항정신병 약물로 치료하기도 한다.

과거의 항우울제들은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있었고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가 개발되면서 항우울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안전한 약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 의사의 처방이 없는 항우울제 복용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대동대문병원 정신과 임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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