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원 짜리 브래지어가 화제다. 황금 243돈과 5캐럿짜리 등 다이아몬드 365개(모두 31.8캐럿)로 장식한 브래지어라고 한다. 한 패션업체가 브랜드 출시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황금으로 만든 브라 자체도 시선을 끌지만 이달 말로 예정된 연계 이벤트에서 이 제품이 가장 잘 맞는 여성을 선발해 무료로 증정한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사이즈가 일체 공개되지 않은 이 황금브라가 몸에 잘 맞기만 하면 일약 18억원의 로또를 타게 되는 셈이다.
19일 첫 공개된 이 황금브라는 존재조차 미미했던 이 회사를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올렸다.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이 회사 주식의 일일 거래제한선 7만주가 이날 밤 순식간에 동났다. 2003년 자본금 16억원으로 패션사업에 진출했지만 지난 3년간 매출이 없었고, 아직 온ㆍ오프라인 통틀어 매장 하나 갖고있지 않다는 사실은 매스콤의 흥분 속에 묻혔다. 그러는 새 첫 이벤트의 성공을 토대로 회사는 이달말 기업IR을 통해 600만주의 주식을 증자하기로 했다고 한다.
선발대회 신청자격이 ‘미모나 체형, 나이 불문 대한민국 여성이면 누구나 다’이다 보니 뜻밖의 횡재를 꿈꾸는 신청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18억짜리 황금브라를 진짜 줄거냐”부터 “내가 1등을 하면 황금브라는 회사에 돌려줄 테니 선발해달라”며 모종의 거래를 암시하는 문의자도 부지기수라고 귀띔한다. 회사는 이벤트를 통해 선발된 1~5등까지의 여성은 원할 경우 2억원 상당에 모델로 활동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18억 브라 이벤트는 기묘하게도 얼마전 북미모피협회(NAFA)의 한국지사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연상시켰다. 북미모피협회가 매년 개최하는 모피경매행사에서 품질이 가장 좋은 1등품을 톱랏(Top Lot)이라고 하는 데 가장 큰 고객이 바로 한국과 중국업체라는 것이다.
바로 아래 단계인 2등급이 마리당 130달러 안팎인데 비해 탑랏은 1,000달러를 넘어가는 고가품. 품질보다는 희소성의 가치가 더 크게 매겨지기 때문인데 지난해 탑랏을 싹쓸이한 것이 한국 모피업체였고 올해는 중국업체였다고 한다. 반면 샤넬이나 셀린, 디올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통상 35달러 내외의 저렴한 모피를 산다. 당시 한국지사장은 “그만큼 디자인과 브랜드력에 자신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국내 시장이 무조건 비싸고 희소한 것에 혹하는 기형적 소비심리를 갖고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지난 여름 무더위 보다 더 맹위를 떨친 것이 가짜 명품시계, 가짜 명품화장품 파동이었다. 소비자의 허영심과 제조 및 유통업자의 한탕주의가 환상적인 조합을 이룬 사건들. 이번 황금 브라 이벤트가 소비자의 과시욕에 호소하는 허영 마케팅에 이어 사행심 마케팅을 조장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닌지 착잡하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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