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의 거침없는 발언에 정상명 검찰총장이 발끈했다.
발단은 이 대법원장이 19일 대전지역 법관들에게 훈시한 “검사의 수사기록을 던져 버려라”라는 발언. 이 대법원장은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면서 “검사들이 밀실에서 비공개로 받은 조서가 어떻게 공개된 법정에서 나온 진술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느냐. 검사의 수사기록을 던져버리고 법정에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검찰청은 20일 긴급 검사장 회의를 열어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검찰의 기능과 역할을 인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 총장은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부적절했다”고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장은 21일 공식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일선 검사들은 더욱 격앙돼 있다. 가뜩이나 구속ㆍ압수수색 영장이 번번히 기각돼 법원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던 터에 나온 발언이라 반발의 강도가 거세다. 한 검사는 “수사실 내부를 외부에서 훤히 볼 수 있는데 어디를 봐서 밀실이냐”며 “수사기록을 던지라는 것은 검찰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태가 확산되자 대법원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대법원은 “판사들이 민사사건을 심리하면서 관련 형사사건이 있을 경우 당사자들의 말을 듣지 않고 형사사건 기록에만 의존하던 관행을 지적한 것”이라며 “모든 형사사건을 대상으로 한 발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대개 사람을 속이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21일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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