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이 국내 건설노조 사상 최장인 83일(종전 76일)이라는 깊은 파업의 터널에서 마침내 탈출했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 하면서 포항 경제가 수렁에 빠져 노조원, 시민, 관련 업체 등 모두 엄청난 타격을 입었고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포항지역건설노조는 20일 오전 포항시 남구 호동 근로자복지회관서 개최한 임시총회에서 노사잠정합의안에 대한 3차 찬반투표를 실시, 1,633명이 투표에 참가해 찬성 1,104표, 반대 519표, 무효 10표 등 67.6%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노조는 21일부터 공사현장에 전면복귀, 이번 주말부터 파이넥스 설비 등 포스코 포항제철소내 각종 공사현장이 완전 정상화할 전망이다.
이번 파업으로 포스코는 3,000억원이 넘는 기회비용손실을, 하청업체들은 고정ㆍ관리비용으로 3개사가 사실상 사업을 접었고 다른 업체도 부도직전에 몰렸다. 포항시민들도 수시로 노조가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무장하고 도로를 점거하는 하는 바람에 생활에 불편을 겪었고 상가 매출이 주는 등 큰 손실을 입었다.
가장 큰 피해자는 파업 당사자인 일반 노조원들이다. 임금 5.2% 인상과 토요근무할증 강화, 토목분야 하루 8시간 근무제 도입, 선거일 유급휴무제 등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당초 단위시간당 임금 50% 이상 인상이라는 당초 요구에 비하면 미미하다. 게다가 2002년부터 장악해 온 노무공급권을 사용자에게 넘겨줘 종전보다 못하게 됐다. 특히 석달간 1인당 최고 700만원에 달하는 임금손실은 만회할 길이 없는 실정이다.
한편, 노조는 포스코가 제기한 16억3,000여만원의 손배청구소송 철회와 68명(12명은 보석 석방)에 이르는 구속자석방, 하중근 사망원인규명을 놓고 계속 투쟁할 것임을 밝혀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파업종결 소식이 알려지자 포항시민들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택시기사인 이모(56ㆍ포항시 오천읍)씨는 “하루 12시간 일해도 5만원 벌이도 힘든 판에 노조원들이 도로를 점거하는 등 불법폭력시위를 벌일 때면 너무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노사 모두 아픈 상처를 보듬고 지역경제활성화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이정훈기자 jhlee01@hk.co.kr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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