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3ㆍ샌디에이고)는 메이저리그 풀타임 첫 해인 지난 1996년 당시 소속팀 LA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덕분에 25인 출전 명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중요한 단기전 승부에서 ‘풋내기’ 가 등판할 기회는 없었다. 결국 박찬호는 팀이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3연패하는 것을 벤치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박찬호는 이듬해부터 2001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이번엔 팀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 다저스는 그 이후 번번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박찬호는 지난 해 중반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 됐고, 팀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정상에 올랐으나 감독에게 믿음을 주지 못해 아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당했다.
메이저리그에서 100승 이상을 거두고도 한번도 가을잔치에 초대 받지 못했던 박찬호가 마침내 ‘13년 한’을 풀 기회를 잡게 됐다. 샌디에이고 지역 신문인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은 20일(한국시간) ‘브루스 보치 감독이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 박찬호를 구원 투수로 기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치 감독은 이어 “박찬호는 플레이오프 등판에 큰 기대를 보이면서 매우 좋아했다”고 전했다.
박찬호는 8월24일 장출혈 수술을 받고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당초 시즌을 완전히 접을 것으로 보였지만 최근 팀에 합류, 불펜 피칭을 시작할 정도로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보치 감독도 이 같은 박찬호의 상태를 감안한 듯 “그가 수술 후유증으로 체력에 다소 문제가 있어 선발로는 힘들지만 구원으로 등판하기에 충분한 힘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특히 선발 전문 요원인 박찬호가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구원 투수로 맹활약을 펼친 것에 큰 점수를 줬다. 박찬호는 WBC에서 4경기에 전천후로 등판, 10이닝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며 3세이브를 거둔 바 있다.
물론 박찬호가 포스트시즌 마운드를 밟기 위해서는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따른다. 샌디에이고는 20일 현재 LA 다저스에 반 게임차 앞선 서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와일드카드 2위인 필라델피아와도 1.5게임차 밖에 되지 않는다.
올시즌 불의의 장출혈로 마운드를 내려 왔던 박찬호가 포스트시즌에서 대반전의 드라마를 연출할지 기대된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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