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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방지법 시행 2년/ 집창촌 "손님 본지 오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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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방지법 시행 2년/ 집창촌 "손님 본지 오래" 한탄

입력
2006.09.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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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없어! 무늬만 집창촌(성매매 집결지)이라니까."

한 포주의 푸념이다. 언뜻 보기엔 그랬다. 20일 새벽 인천 남구 학익동 414 성매매 집결지, 속칭 '끽동'은 고요했다. 2년 전만 해도 밤새 꺼지지 않는 55개(업소 수ㆍ성매매 여성 200여명)의 홍등아래 취객들이 흥청거리던 인천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였다.

옛 영화는 사라진 듯했다. 홍등가로 향하는 양쪽 길은 경찰이 틀어막았다. 업소는 불을 껐다. 아가씨는 보이지 않고 호객을 하는 속칭 '바깥마담'만 삼삼오오 모여 멍석을 깔고 앉아 "월세도 못 낸다"며 신세 한탄이다. 불 밝힌 업소는 기껏해야 10곳 정도에 불과했다. 매 시간마다 순찰을 도는 경찰관의 발자국 소리만 요란하다. 바깥마담 하나가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턱으로 경찰을 가리킨다. "안 그래도 죽겠는데 얼마 전부터 집중 단속이래요."

23일이면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 시행 2년이다. 경찰은 이에 맞춰 11일부터 2개월 동안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아직도 존재하는 불법 성매매를 아예 뿌리째 뽑겠다는 의지다. 끽동 역시 업소 10곳의 수용대책이 완료되는 12월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갈 길은 멀어보인다. 영업중인 가게엔 새벽을 날 참인지 난로가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손님이 없다는 끽동 입구엔 빈 택시가 즐비하다. 재개발 지역이라 인적도 드문 곳이다. 한 택시기사는 "혹시나 해서"라며 말을 얼버무린다. 여전히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가끔 택시에서 내려 홍등가로 향하는 남성들도 목격됐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이후 택시가 성매매의 매개 역할을 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기사들이 업소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택시 손님을 집결지로 안내한다고 한다. 회사원 김모(32)씨는 "택시기사가 안내하는 대로 찾아갔더니 불도 끄고 문도 걸어 잠근 채 영업을 하는 업소였다. 주변엔 택시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고 했다.

끽동의 성매매 종사자들도 특별법 시행 2주년을 앞두고 불어온 단속바람이 잦아지기만 기다리는 눈치였다. 한 업주는 "월세도 못 낼 형편이지만 주말엔 50명 정도는 찾는다"고 귀띔했다. 보상문제를 떠나지 못하는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동안 만이라도 찾아오는 손님 은 막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그사이 인천 연수구엔 안마시술소 휴게텔 등 200곳 이상의 유사 성매매 업소가 새로 생겼다. 성매매 여성 윤모씨는 "배운 게 도둑질이라 집창촌을 떠난 사람은 신종업소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단속을 피해 은밀한 성매매 업소로 흘러 들어간 여성에 대한 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아 성병 확산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안마시술소. 동이 터올 무렵인데도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성매매를 하려면 최소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게 종업원의 설명이다.

이곳은 성매매 여성이 요정, 스트리퍼, 교복여학생, 밀림의 소녀 등으로 분장한 '이미지 클럽'으로 유명하다. 업소 종사자뿐 아니라 몇 시간 동안 대기하는 손님들의 얼굴에도 단속을 두려워하는 빛은 없다. 날이 밝자 도로에 주차 된 차량엔 '언제든 콜 해주세요' 라는 문구와 낯뜨거운 사진이 실린 성매매 광고 명함이 꽂혀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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