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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진보-중도-보수로 분화하나

입력
2006.09.2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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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민주노총의 진보와 한국노총의 중도로 양분돼 오던 노동계 판도에 보수를 표방하는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이 합류하기 때문이다.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신노련이 23일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 노동계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양대 노총이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노사관계 로드맵) 처리를 둘러싸고 폭력사태에 이어 공조 파기를 선언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이 패인 상황에서 신노련이 등장함으로써 노동계는 한동안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양대 노총은 신노련의 등장이 달갑지 않다. 1980년 중반 20%대에 육박하던 노조조직률이 간신히 10%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3세력의 등장으로 양대 노총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신노련은 노총을 지향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들의 영향을 받아서 제3노총이 나타날 경우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양 노총은 지난해 간부들의 뇌물수수 비리와 올 들어 계속된 과격한 투쟁으로 여론의 외면을 받고 있다.

신노련의 탄생을 ‘찻잔 속 태풍’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비록 80년대 민주화 분위기를 타고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노조 간부들로 구성됐지만 양대 노총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제3노총으로 발돋움하기에는 세력이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 양대노총 '노사 로드맵' 갈등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노사관계 로드맵) 처리를 두고 불거진 양 노총의 불화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 노총은 지난 봄에 비정규직 관련 법안 입법과 관련해 갈등을 빚었지만 이번처럼 심한 감정 싸움으로까지는 번지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노사관계 로드맵이 한국노총과 정부 및 경영계의 합의로 처리된 것을 밀실야합으로 규정하며 한국노총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11일 합의안이 나올 당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폭행했던 민주노총은 19일에는 산하 단체인 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회원 8명이 한국노총 임원실을 점거해 사무집기와 창문을 부수는 등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어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예정에도 없던 ‘한국노총과의 공조 파기’ 안건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한국노총이 폭력 사태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데, 먼저 사과해야 할 쪽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팔아 정부ㆍ경영계와 야합한 한국노총”이라고 비판했다.

올 초 이 위원장이 합리적 노동운동을 선언하며 온건 노선으로 돌아선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에 대해서만은 강경 대응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 산하 전해투 회원들의 점거농성과 관련, “위원장 폭행도 모자라 대낮에 남의 사무실에 쳐들어 온 것은 깡패집단이나 다름없다”며 “민주노총과는 앞으로 어떠한 공조나 연대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노총이 공개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한국노총과 산하 전 조직은 민주노총에 대한 대대적인 응징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23일 출범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은 23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별관 1층 이벤트홀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신노련은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23개 시ㆍ군에 지역조직을 두게 되며, 전직 노조위원장 등 1,5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 출신인 권용목씨가 상임대표를, 이원건 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과 양재헌 전 한전 본사 노조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는다.

권 대표는 “기존의 대립 지향적인 노동운동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고 노동자들에게도 실익이 없다”며 “노사가 협력해서 기업의 경쟁력이 강해지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창출되면 그 덕을 노동자가 보게 된다는 개념 아래 새로운 노동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기업 노조의 관행적인 파업과 강경 일변도의 투쟁 방식에 염증을 느껴온 일반 시민이나 기업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신노련이 우파 노동운동조직으로 커나가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우선 현장 조직과 괴리된 전직 노조 간부들이 얼마나 노동현장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80만명(민주노총)과 78만명(한국노총)에 육박하는 거대 조합원들을 가진 양 노총에 비해 신노련의 회원은 1,500명에 불과하다. 하부 조직의 뒷받침 없이 사업을 추진하기는 힘들다. 신노련은 현재 상급단체에 속해 있지 않은 현대중공업 등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세를 불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노동운동이 보수를 표방하는 것은 어색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노동운동은 좌파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데 우파적인 개념만으로 접근하면 노동자들의 호응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차기 대선을 앞두고 보수세력이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결성한 것이라는 일각의 의혹도 해소해야 할 것이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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