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촬영 중이라 바빠서 못 나가겠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한승철)는 지난달 유명 연예인 7명에게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나와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모두 ‘빈센트 & 코’라는 가짜 명품시계를 산 것으로 드러난 피해자들로 시계 구입 여부와 구입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통보한 것이다.
연예인들은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한류스타 C씨, 홍콩에서 영화를 찍기도 한 K씨, 인기 TV드라마에 출연 중인 O씨, 한차례 은퇴 후 복귀해 영화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K씨, 다이어트 비디오를 냈던 H씨, 사극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C씨 등 여자 6명이었고 남자도 한 명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580만원짜리 ‘보급형’을 샀지만 일부는 1억원에 달하는 판매가의 시계를 ‘할인’ 받아 8,000여만원에 사기도 했다.
이들은 검찰의 소환 통보에 모두 “갈 수 없다”고 버텼다. 이들은 “지방에서 드라마를 촬영 중이다” “명품만 사는 허영심 많은 연예인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출석하면 시계 구입자금의 출처에 대해서 추궁 받을 것을 걱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부 연예인은 “그런 시계를 산 적 없다”고 발뺌했고 검찰의 전화에 “조금 후에 통화하자”고 답한 뒤 연락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이들 중 3명만이 시계 구입 사실과 경위 등에 대해 자필로 작성한 진술서를 제출했을 뿐이었다.
참고인이 출석을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검찰은 결국 일부 연예인의 시계 구입 여부에 대해 조사하지 못한 채 판매업자 이씨의 자백을 바탕으로 이씨를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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