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동연 열린우리당 의원 등 저명 인사들이 한국인을 상대로 엉터리 학위를 남발한 미국의 퍼시픽 웨스턴대학교에서 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20일 한국일보 LA 미주본사 확인 취재 결과 염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 등 각종 신상 기록에 온라인 학습을 통해 학위를 수여하는 이 대학에서 정치학 학사에 이어 1994년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적고 있다. 염의원은 특히 2004년 17대 총선 때 광주 서구갑에서 출마하면서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후보자 명부에 학력을 ‘미국 퍼시픽 웨스턴대학교 정치학석사(2년)’ 로 기재했다.
그러나 이 대학에는 정치학 과정이 개설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염 의원의 학위 취득 과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염 의원은 이에 대해 “지인의 소개로 통신 방식으로 수업하는 이 대학에 떳떳하게 입학, 정규 과정을 거쳐 학위를 받았다”며 “브로커 개입 등 도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재기 한국씨름연맹 총재는 자신의 학력을 기재한 각종 기록에서 1997년 이 대학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히고 있다. 본사는 김 총재의 학위 취득 경위를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앞서 인천경찰청은 18일 이 대학에서 형식적 논문만 제출해 박사 학위를 따낸 전ㆍ현직 교수와 영어학원장 등 33명을 적발, 이중 8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 박사학위 3개월이면 OK
경찰 조사결과 미 퍼시픽 웨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대부분의 교수들은 인터넷을 통한 퀴즈 수준의 형식적 텍스트 강의를 수강해 60학점을 이수하고 다른 논문들을 편집해 만든 논문으로 불과 3개월 만에 학위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내용은 물론 제목도 영어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들은 이 대학의 학위 브로커인 앤드류 전씨 등에게 1인당 200만~1,000만원의 취득 비용을 지불했다. 이 대학은 올해 1월 캠퍼스를 로스앤젤레스의 웨스트우드에서 샌디에이고로 옮겼다.
이 대학은 대학 교수 외에도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을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삼았다. 홈페이지에는 “한국과 대만과 베트남 홍콩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의 고위 공무원들이 우리 대학에서 학위를 많이 받았다”는 문구도 있다. 홍콩과 도쿄(일본) 타이베이(대만) 하노이(베트남) 등에 분교를 두고 있다. ,
●박사학위 2,595달러(약 249만원)
이 대학은 2004년 9월 미국 연방정부감사국(GAO)의 조사를 받았다. 미 공무원들이 연방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이 대학에서 가짜 학위를 딴다는 제보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GAO는 보고서를 통해 “학사의 경우 2,295달러(약 220만원), 석사는 2,395달러, 박사는 2,595달러를 받고 학위를 남발했다”며 이 대학을 ‘학위남발공장’(Diploma Mill)으로 규정했다.
또 이 대학은 캘리포니아 주정부로부터 온라인 과정을 통해서만 비즈니스 매니지먼트 1개 과정에 한 해 박사학위를 줄 수 있도록 인가 받았으나 미국대학 인증기관(CHEA)은 이 대학의 학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스앤젤레스 인근에는 퍼시픽 웨스턴처럼 설립인가는 받았지만 학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대학이 적지 않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김상목기자 sangmok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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