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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의 조승우 "화투치면 감옥가는 줄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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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의 조승우 "화투치면 감옥가는 줄 알았죠"

입력
2006.09.2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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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 지어보이는 웃음 뒤에 알 듯 모를 듯한 속내. 조승우(26)는 커다란 물음표다. 그의 얼굴에는 천진난만함과 금세 관객을 소름 끼치게 하는 악마적 기질이 공존한다.

28일 개봉하는 ‘타짜’는 조승우의 가벼운 듯 묵직한 존재감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 작품이다. 순박한 청년 ‘곤’이 누나의 위자료까지 노름판에서 날리고 인생 막장까지 떨어졌다가 타짜(도박전문가)로 거듭나며 세파를 헤쳐나가는 과정은 그의 몸을 통해 펄떡이는 생명력을 얻는다. 백윤식 유해진 등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개성파 배우들이 내공을 내뿜는 스크린 속에서 그의 연기는 단연 도드라진다.

배역 속에 스며들어 자유롭게 유영하지만 정작 조승우는 화투의 ‘ㅎ’자도 몰랐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것 하면 감옥 가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오락실 근처에 얼씬거린 적도 없었다고 한다. 성인 남성들을 사로잡은 만화 ‘타짜’의 존재를 몰랐던 것은 당연하다. “(원작자) 허영만 선생님께는 죄송한 얘기죠. 나중에 만화를 봤지만 연기에 방해가 될까 봐 다 잊었어요.”

도박엔 철저히 문외한이었지만 그는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선뜻 출연을 결정했다. ‘범죄의 재구성’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고,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함께하면 뭔가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박은 소재일 뿐 주제가 아니다’는 판단도 부담을 덜어주었다.

그러나 자유자재로 화투를 가지고 놀며 상대방을 ‘올인’의 나락으로 떨어트려야 하는 타짜로의 변신은 쉽지 않았다. “처음엔 패 섞는 것조차 버거웠죠. 촬영 전부터 항상 주머니에 화투를 넣고 다니며 짬 날 때마다 맹연습을 했습니다. 영화 속 손놀림은 진짜 제 솜씨입니다.”

도박을 다루는 영화이다 보니 ‘감’을 잃지 않도록 촬영 현장에서도 수시로 ‘판’이 벌어졌다. 최 감독은 레디 고를 외치기 전 종종 “자 오늘 한 판하고 갑시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소품으로 쓰인 돈을 걸며 간식 내기를 많이 했습니다. 덩달아 ‘기술’을 배운 감독님의 ‘밑장 빼기’(속임수를 위해 화투 패를 돌리며 밑 패를 빼내는 수법)는 단연 최고였죠.”

1999년 ‘춘향뎐’의 이도령으로 데뷔한지 7년. 다양한 역할을 가로지르며 훌쩍 성장한 그의 ‘연기관’은 20대 답지 않게 확고했다. “제 안으로 들어오는 역할이면 즐겁고 행복합니다. ‘평소 이미지가 이러니 변신해라’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배우는 하얀 도화지잖아요. 어떤 장르의 어떤 역할이든 느낌이 오면 하는 거죠.”

조승우는 2004년 7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공연 이후 맹렬하게 달려왔다. 그 여정에서 그는 트랜스젠더로 분해 관객들을 록의 뜨거운 도가니에 밀어넣기도 했고(뮤지컬 ‘헤드윅’), 초원이의 순진무구한 세계로 빠뜨리기도 했다(영화 ‘말아톤’). 그 틈 사이로 휴식은 낄 새가 없었다. 근성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배우지만 몸은 배겨내지 못했다.

성대 결절과 퇴행성 허리 디스크가 느닷없이 찾아왔다. 8월 ‘지킬 앤 하이드’ 공연 중에 그는 1막이 끝난 후 무대 뒤에서 쓰러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단 한번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무대와 촬영현장을 지켰다. “힘들었죠.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좋아서 한 일이니까요. 대신 휴식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그는 ‘타짜’ 이후 작은 쉼표를 찍을 예정이다. ‘타짜’의 여운을 즐기면서 발전적인 자신의 모습을 찾고자 한다. “집에서 좀 뒹굴뒹굴하며 책도 읽고 성악도 다시 공부하고 싶어요. 좋은 작품이 들어오기 전까지 두세 달은 푹 쉬렵니다. 그런데 쉬다 보면 온 몸이 근질거려 못 살 것 같기도 해요.”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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