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사막의 땅, 중동에서 물은 말 그대로 생명수다. 이 곳에서 물은 하늘에서 떨어지지도, 땅밑에서 솟아오르지도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물은 만들어 지고 있다. 짠 바닷물이 생활용수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두산중공업의 아랍에미리트(UAE)후자이라와 오만 소하르의 발전·담수플랜트 현장을 둘러봤다.
# UAE 후자이라
두바이를 출발한지 2시간여. 사막과 돌산이 이어지는 지리한 풍경이 끝나고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거대의 규모의 공장이 눈 앞에 펼쳐졌다. 두산중공업의 후자이라 발전ㆍ담수 플랜트 현장이다.
바닷물을 끌어올려 염분을 제거한 뒤 하루 15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수로 바꾸는 거대설비다. 척박한 사막지대인 아랍에미리트(UAE) 거리 곳곳마다 푸른 녹지가 조성된 것, 잔디밭마다 스프링쿨러가 돌아갈 만큼 풍족한 물이 넘쳐 나고 것, 나아가 '현대판 사막의 기적'인 두바이의 대역사가 진행되는 것 자체가 모두 이 설비 덕분이다.
이 기적의 한 가운데 두산중공업이 있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중동지역의 담수 플랜트 수주를 거의 쓸어 담고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이 분야를 주름잡았던 일본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문제 때문에 몰락했고 유럽 업체들도 대부분 설계능력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설계-시공-사후관리까지 일괄수주가 가능한 두산중공업은 사실상 경쟁자 없는 독주를 구가하고 있다.
후자이라 발전ㆍ담수 플랜트는 2001년 8억달러에 수주, 2003년12월에 준공됐다. 100% 자체 기술로 공사를 시작해 22개월만인 2003년4월 첫 담수를 생산, 규모 대비 세계에서 가장 짧은 공사기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은 특히 핵심설비인 증발기를 국내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제조한 뒤 통째로 싣고 와 설치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소위 원모듈(one module)로 불리는 이 같은 공법 덕에 공사기간은 6개월이나 단축됐다. 후자이라 플랜트를 총괄관리하는 변희태 차장은 "후자이라에서만 UAE 전체 담수의 26.5%를 생산할 정도"라고 말했다.
# 오만 소하르
후자이라 담수플랜트를 뒤로 하고 UAE-오만 국경을 넘어 다시 2시간여를 이동했다. 오만 소하르 발전ㆍ담수 플랜트도 이미 90% 이상의 공정을 완료하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서 북서쪽으로 250㎞ 떨어진 이 소하르 플랜트에는 현재 34명의 한국인 기술자들이 50도를 넘나드는 살인 더위 속에서 130여명의 외국인 인력을 지휘하며 최종공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04년9월 4억1,000만 달러에 EPC(설계 시공 일괄공급) 방식으로 이 공사를 수주했다. 2만9,000평의 대지 위에 하루 50만명이 목을 축일 수 있는 담수 플랜트와 596메가와트급 복합화력발전소를 동시건설하는 공사로, 오만 최대의 프로젝트다.
이 곳 현장에 2년째 있다는 김상백 차장은 "소하르 플랜트는 EPC 방식으로 발전과 담수를 한 업체가 수행하는 세계 최초의 프로젝트"라면서 "치열한 입찰경쟁을 거쳐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직원들은 그만큼 기술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옛 한국중공업)은 1970년대 후반 이미 담수 플랜트 시장의 가능성을 간파,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100% 기술자립을 달성한 95년 이후부터는 파죽지세로 세계 시장을 점령, 결국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 세계 담수플랜트 시장에서 점유율이 42%에 달할 정도다.
향후 전망도 밝다. 올해 중동지역 수주액과 매출액이 각각 4조원과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며 수주에 성공했거나 입찰진행중인 대형 프로젝트만도 10여건이 넘는다. 이 곳엔 담수시설이 지금보다 2~3배 정도 더 필요한 상황이라 앞으로의 일감도 줄줄이 대기해 있다.
두산중공업 중동지역장인 안현상 상무는 "중동지역의 플랜트 공사 규모가 최근 들어 갑작스레 급증하다 보니 국내 금융기관들이 초기 파이낸싱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향후 중국 등 후발국이 플랜트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현재 위상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자이라ㆍ소하르=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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