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19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무산되자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세 차례나 동의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헌재소장 공백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되자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청와대는 물론이고, 국회에서 혼선을 일으킨 여야 정당까지 모두 잘못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청와대의 원초적 잘못이 부각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일부에서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이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뭐 했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청와대가 헌재소장 지명과 관련된 법적 절차를 철저히 챙기지 못해 야당에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는 인식인 셈이다.
국회 법사위에 소속된 우리당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이 눈을 부라리고 있었는데 시비 거리를 던져준 셈”이라며 “청와대에서 야당의 공세를 대비해 흠이 잡히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 의식이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문책론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아직은 우리당 다수 의원이 “청와대 보다는 국회 책임이 우선”이라며 한나라당을 겨냥하고 있고, 청와대도 “민정수석에게 책임을 떠넘길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전기마련을 위한 문책요구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 지도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우리당 지도부는 문제 발생 초기 단계부터 논란 소지를 차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의 보이콧 등 강경 대응을 예상하고 꼼꼼한 대비를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또 군소 3야당의 분명한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는 등 원내전략에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군소 3야당 관계자들의 입에서 “여당이 물밑 접촉을 위한 전화도 잘 안하더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청문회 내내 오락가락한 것은 물론 지도부의 리더십 부족으로 여야 합의를 수시로 번복하는 등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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