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절반이 넘는 보건의료상품의 수입관세를 즉시 철폐하겠다는 내용의 관세양허안을 미측에 제출했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측 협상팀이 지난달 미측과 교환한 식품ㆍ의약품ㆍ의료기기ㆍ화장품 등 보건의료분야 관세양허안은 전체 1,512개 가운데 787개(52.1%) 품목의 관세를 FTA 체결 즉시 철폐토록 하고 있다. 특히 의약품은 66%가 즉시 철폐 품목이고, 전체 상품시장의 96.5%의 관세를 5년 내 철폐키로 했다. 반면 국내 산업기반 보호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10년 이상 유예키로 한 품목은 54개(3.5%)에 그쳤고, 이 중 유보 품목은 ‘초음파 영상진단기’와 ‘자기공명촬영기’(MRI) 등 2종의 의료기기 뿐이었다.
이에 대해 이기우 의원측은 “보건의료산업의 대미 경쟁력이 취약한 점을 감안하면 산업기반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양국 상품간 상대적 경쟁력을 분석한 무역특화지수(TSI)에서 국내업계가 확실한 우위에 있는 품목은 라면과 젤라틴캡슐 등 3개이다. 이에 반해 미국측은 대다수 품목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고, 절대 우위인 품목의 시장규모만 10억 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이 같은 양허안이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정부측 연구는 협상 개시 이후인 4월 말에야 시작됐고, 최종 보고서는 4차 협상까지 끝나고 마지막 5차 협상을 목전에 둔 12월 초에나 제출될 예정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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