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4 정상회담 중 대북 제재 문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청와대측과 이태식 주미대사의 말이 엇갈려 혼선을 빚고 있다. 또 청와대가 이 대사의 말을 부인했으나, 이 대사는 즉각 공식 해명을 하지 않아 외교 수뇌부 내에서조차 소통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샀다.
이 대사는 18일(현지 시간)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이 (13일) 헨리 폴슨 재무장관 접견 시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조사가 너무 지체돼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사를 가속화하는 게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또 “미 행정부가 북미간 제네바 합의에 따라 1995년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대가로 2000년 해제한 제재를 복원하는 것을 검토해왔다”며 “미국이 정상회담 이전에 대북 추가 제재안을 발표하려 해 백악관, 국무부 등을 뛰어다니며 정상회담까지 발표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노 대통령은 폴슨 장관에게 BDA조사의 진행과정과 상황에 대해 물어봤을 뿐 조기종결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이는 (이 대사와 함께 폴슨 장관 접견에) 배석했던 윤대희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직접 확인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BDA 조사 진행과정에 대해 물었고, 폴슨 장관은 미국 법 집행의 하나라는 답변을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변인은 “대북추가 제재를 유예해달라는 요청 역시 정상회담은 물론 앞서 열린 2+2 실무접촉에서도 한 적이 없다”며 “이 대사가 현지에서 그런 기조를 갖고 노력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도 이날 언론재단 오찬 포럼에서 “노 대통령이 BDA 조사의 조기종결을 요구한 적이 없고, 대북 추가 제재유예 문제도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정부가 취해온 입장은 제재문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 대사의 정확한 발언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민감한 대응은 이 대사의 말이 사실일 경우 노 대통령이 조지 부시 미 대통령도 아닌 미 재무장관에게 BDA조사 조기종결 요청을 거절 당했으며, 대북추가 제재 유예 요청도 무위에 그친 걸로 해석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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