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소문난 칠공주’는 SBS ‘하늘이시여’와 함께 여러모로 ‘신기한 드라마’로 남을 것이다. 이 드라마에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과외 교사와 결혼한 막내딸, 언니의 남자친구를 빼앗는 셋째 딸, 불륜으로 남편에게 이혼 당한 뒤 이혼녀라는 사실 때문에 남자에게 성폭행 당할 뻔한 첫째 딸이 등장한다. 심지어 둘째 딸이 새로 사랑하게 된 남자의 어머니가 사실은 이 둘째 딸의 친모일지 모른다는 암시가 등장하기도 해 또다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쯤 되면 여러모로 비난을 피해갈 수 없는 드라마이건만, ‘소문난 칠공주’는 현재 40%의 시청률을 넘기며 승승장구 중이다. 그건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전국 40%의 국민이 모두 드라마 속 내용을 문제 없다고 생각할 리 없다. 다만 그들은 ‘소문난 칠공주’가 그저 재미있으니 보는 것뿐이다. 시청자들이 실제로 그런 일을 벌일 가능성은 희박하고, 때론 별 사건 없는 현실 보다는 수많은 사고가 터지는 드라마가 더 재미있기도 한 법이니 부담 없이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아무리 이상한 작품이라도 재미있으면 보고,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재미없으면 보지 않는다. 지난 3년간 ‘TV홀릭’이 하려고 했던 것도 결국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리 ‘재미’없는 TV 프로그램이라도 때론 ‘의미’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 있고, 때론 ‘의미’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시청자들의 마음만큼은 인정해야 할 작품도 있다. 꼭 정색해서 TV를 볼 필요도, TV를 무조건 수준 낮은 매체로 치부하며 보지 않을 것도 없다. 오히려 TV가 왜 재미있는가를 밝히는 과정에서 TV 프로그램의 의미가 드러나고, TV에서 의미를 찾다 보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재미가 생긴다.
그렇게 TV를 좀 더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 ‘TV홀릭’이었다. 물론 많이 부족했다. 또 혼자 열 내며 떠들다 보니 밤잠을 설쳐가며 작품을 만들었을 제작진과 그 작품을 사랑한 시청자들에게 상처를 드린 것은 마음이 아프다. 다만 이 칼럼을 통해 TV 프로그램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수다 거리라도 생겼다면 그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한다.
드라마도 인기가 없으면 조기 종영된다. 아무도 그 엔딩을 기억해주지 않는 세상에서 무려 3년 동안 칼럼을 쓰고, 마지막을 마무리할 자리까지 내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 이어질 칼럼에서는 TV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수다거리를 쓰도록 노력하겠다. <끝>끝>
※다음 주부터는 본보 문화부 기자와 객원기자들의 대중문화 비평 ‘On & Off’가 연재됩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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