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다 보니 강북도 자고 나면 1,000만원씩 오르는 일이 생기네요. 그런데 내 집 오르면 좋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아 씁쓸합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25년 가까이 살아온 김옥만(56)씨는 최근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기분이 썩 유쾌하지 만은 않다. 김씨는 은평 뉴타운 아파트를 분양 받을 계획이었지만 평당 최고 1,500만원에 육박하는 고분양가가 부담이 돼 청약을 애당초 포기했다.
주변 아파트로 평수를 넓혀 가려고 마음을 바꿨지만 인근 아파트들도 이미 수천만원씩 급등해 이사 계획을 접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울시(SH공사)가 분양하는 것인 만큼 분양가가 쌀 줄 알았는데 민간 건설사 뺨칠 정도로 집장사를 하는 것을 알고는 분통이 터졌다”며 “주변 집값 마저 올려놓아 마음대로 이사도 못 갈 판”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공공택지지구 및 뉴타운 아파트의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잇따라 올리는 도미노 현상이 가을 주택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고분양가 논란이 뜨거운 파주시 운정지구와 서울 은평뉴타운 주변의 기존 아파트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평당 분양가가 평균 1,297만원으로 정해진 운정지구 인근에서는 금촌동 풍림아이원 37평형의 경우 최근 1개월새 7,000만원 가량 올라 3억3,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인근 중앙하이츠 49형평도 같은 기간 4,000만원 가량 올라 4억2,00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은평 뉴타운 호재 영향권인 불광동 일대 아파트들은 올 초 시세가 평당 평균 750만원대에 머물렀으나 최근 주요 아파트들의 경우 평당 1,200만~1,4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강세다. 인근 재개발 지분값도 올 초에 비해 2배로 오른 매물이 적지 않다.
이에 앞서 평당 1,800만원에 책정된 판교 신도시 고분양가는 올 하반기 대규모 분양이 예고된 용인 일대 아파트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용인 신봉동 30평대 아파트의 경우 올 초에 비해 가격이 5,000만~1억원 이상 올라 있다. 하반기 분양 예정 단지들은 평당 분양가가 1,600만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 벌써부터 돌고 있다.
하남시 30~40평대 아파트들도 올 초 평당가격이 최고 1,100만원 선이었지만 풍산지구 아파트가 평당 1,200만~1,300만원에 분양되며 대부분의 중대형 아파트들이 평당 1,300만원을 넘어섰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정부가 택지공급가를 낮춰 분양원가를 낮추더라도 판교 분양에서와 같이 채권입찰제 등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실질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육박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땅값 상승→토지 원가 상승→분양가 인상→주변 집값 견인’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깨지 않고서는 고분양가를 억제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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