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와 혼다. 일본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두 업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인식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토요타는 마케팅 측면에서, 혼다는 기술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회사의 한국 시장 공략 전략도 이 같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본 본사에서 파견된 치기라 타이조 사장이 직접 이끄는 한국토요타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만을 출시,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반면 기아기연, 대림자동차 등 혼다의 한국 출자법인에서 30년간 근무한 정우영 사장의 혼다코리아는 한국토요타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국내 수입차 업체와는 정반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정 사장은 "우리는 '바텀 업(Bottom-Up)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 업체들이 최고급 브랜드의 최고급 차종을 들여와 상위 5% 이상 부유층을 겨냥한 반면, 혼다는 중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저변을 확대한 뒤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럭셔리 모델인 '레전드 3.5'(6,780만원)를 출시하기 전까지, 혼다는 어코드와 CR-V 등 단 2개 모델만 판매했는데 CR-V(2WD)는 2,990만원, 어코드 2.4는 3,490만원 등으로 수입차 치고는 가격대가 낮은 편이다.
매장 배치 및 유통 부문에서도 '역발상 전략'을 펴고 있다. 다른 수입차 업체가 청담동 신사동 등 강남 요지에 미술 갤러리나 고급 바(Bar) 같은 전시장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혼다 전시장은 소박한 편이다.
그러나 각 전시장마다 반드시 30분 이내 거리에 서비스 센터를 1개씩 갖고 있다. 화려한 전시장도 좋지만 고객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본은 '애프터 서비스'라는 정 사장의 생각 때문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혼다의 현재 서열은 5위. 하지만 정 사장은 혼다의 목표(판매대수 기준)를 업계 1위라고 과감하게 주장한다. 이 같은 자신감은 혼다의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시빅' 때문이다.
정 사장은 "아직 시기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전세계에서 1,300만대 이상이 팔린 시빅을 곧 한국에 들여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시빅이 들어오면 수입차 시장은 물론,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업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10월 중순께 신형 CR-V를 들여올 예정인데, 가급적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해 일본 본사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사장은 수입차 업계를 주름잡는 소위 '중앙고' 인맥의 맏형이기도 하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송승철 한불자동차 사장이 모두 정 사장의 고교 후배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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