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철저히 대비해 문제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요즘 생명보험업계에서는 '무(無)심사' 보험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무심사보험이란 말 그대로 보험사가 보험에 가입하려는 고객을 심사하지 않고 받아주는 보험. 지금까지 국내의 거의 모든 보험상품은 보험사가 고객의 연령, 병력 등을 따져 가입 여부나 한도를 결정했지만, 최근 이 틀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보험상품이 나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누구나 OK'라는 이름으로 무심사보험을 판매중인 회사는 금호생명과 라이나생명. AIG생명도 보험개발원 심사를 마치고 판매를 준비중이다. 병력(病歷)과 관계없이 50~80세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가입 후 2년 이후에 사망하면 1구좌 당 1,000만원을 준다는 것.
2년 안에 사망하면 낸 보험료만 돌려주며 1인 당 3구좌까지 가입할 수 있다. 심사를 않는 대신 보험료는 일반 상품보다 40% 가량 비싸 금호생명의 경우 월 보험료가 구좌 당 평균 7만7,900원이다.
8월1일 가장 먼저 판매에 나선 금호생명은 지난 주말까지 2만3,778건에 18억5,200만원 어치를 팔았다. 보통 히트상품보다 4~5배 많은 수준이다. 덕분에 금호생명의 8월 신규상품 판매실적은 전달보다 60%나 올랐다. 회사측은 이 상품을 앞세워 "올해 안에 업계 3위권에 들겠다"며 기염을 토할 정도다.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판매 회사는 "재보험 등을 통해 위험 헤지(회피) 수단을 마련해뒀다"는 데 반해 지켜보는 경쟁사들은 "시기상조다" "역선택의 가능성이 크다" 등의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심사를 생략한 만큼 보험사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건 모두 공감한다. 금호생명조차 부실을 우려해 설계사를 통한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했을 정도다.
판매 확산 여부를 놓고도 의견이 갈린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상당수 중ㆍ소형 보험사들이 지금은 관망하지만 판매에 동참할 것으로 본다"고 했지만,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수익률이 높지 않고 위험이 커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무심사라는 매력이 있지만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높고 2년 후의 생존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가입자 스스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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