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7일 ‘이슬람교는 폭력적 종교’라고 시사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슬람권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을 자극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9ㆍ11테러를 주도한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는 18일 웹사이트에 교황 발언에 대한 성명을 내고 “우리는 서방세계가 패배할 때까지 지하드(성전)를 수행해 갈 것”이라며 이슬람권의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슬람 국가들도 교황의 발언을 유엔 차원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마수드 칸 유엔주재 파키스탄 대사는 이날 “이슬람회의기구(OIC) 57개 회원국을 대표해 교황 발언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소해 교황의 ‘종교적 관용’에 의문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칸 대사는 “이번 발언은 교황이 여전히 이슬람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서방세계와 무슬림간의 긴장감을 높여 관계를 악화시켰다”고 비난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교황의 발언은 종교적 분쟁을 일으키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음모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의 쿰에서는 500여명의 학생들이 교황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고, 이번 주 테헤란에서 성직자들과 학생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규탄집회가 열릴 계획이다.
이란의 한 신문은 “교황의 거친 발언은 이슬람에 대한 새로운 십자군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암호”라며 “감정을 상하게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거나 발언 내용이 와전됐다는 식의 해명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중국 정부의 종교 담당 관리는 “교황의 발언은 중국 내 이슬람 인민들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줬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전날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병원에서는 현지인에게 간호 교육을 하는 등 봉사활동을 해 온 이탈리아 출신 레오넬라(65) 수녀가 무장괴한의 총탄에 살해됐다.
반면 교황 발언을 강력히 비난했던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과 무슬림 인구가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많은 인도의 이슬람 기구는 18일 교황의 사과 수용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교황청 타르치스오 베르토네 국무장관은 이날 교황청 대사들에게 주재국 국가의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에게 교황의 발언 진의를 정확하게 알릴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세계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교황의 사과 발언은 적절했으며 그의 당초 발언은 문맥 속에서 파악돼야 한다고 옹호했다. 그는 또 교황은 종교간 대화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발언했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 Key Word/ 지하드란
본뜻은 '이슬람으로의 초대'… 기독교서 폭력성 부각 왜곡
성전(聖戰)으로 번역한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은 이슬람을 전파하고 지키기 위한 싸움과 이에 필요한 금전적 기부 행위까지 포함하는 지하드를 모든 무슬림의 의무로 선언했다. 아랍어로 ‘정해진 목적이 있는 노력’이라는 뜻을 가진 지하드는 원래 이교도들을 이슬람으로 초대한다는 개념이 강하지만, 기독교 신학자들에 의해 이슬람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용어로 변질됐다고 이슬람 학자들은 주장한다. 지하드는 무력(검)에 의한 것 뿐 아니라 마음에 의한, 펜(논설)에 의한, 지배에 의한 것 등 4가지가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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