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리 원작 ‘등신불’이 24년 만에 새롭게 만들어져 내달 6일 KBS 1TV ‘HD TV 문학관’(밤 10~12시)을 통해 선보인다.
15일 여의도 KBS홀에서 시사회를 가진 ‘등신불’(극본 이은성 김이현, 연출 장형일)은,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으로 참전한 ‘나’가 등신불이 된 만적 스님의 일생을 알게 되면서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통한 속죄 행위에 담긴 인간적 고뇌를 깨닫는 과정을 다룬다. ‘등신불’은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하지만 24년 전 방영된 것과 마찬가지로 원작에 없는 만적 스님의 이복 여동생 여옥을 등장시켜 만적과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도 그린다. 1982년 임혁 한혜숙 반효정 등과 함께 ‘등신불’을 작업했던 장형일 PD가 이번에도 연출을 맡았으며 성민 정시아 고두심 등이 출연한다.
24년 전에는 국내에서만 촬영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중국 쓰촨성에서 대부분 촬영했고, 나머지 부분은 국내 신륵사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드라마의 배경인 중국의 모습을 HD 카메라로 담았고, 만적의 몸에 붙은 불이 번지는 과정과 2차 대전 당시 비행기 폭격 장면 등은 컴퓨터그래픽(CG)의 도움을 받아 현장감과 사실감을 부각시켰다. 반면 중국인 엑스트라들의 어설픈 연기와 한국어 더빙은 작품 전체 수준을 볼 때 흠결로 지적됐다. 장 PD는 “24년 전에는 제작여건이 열악한 상태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재방송을 볼 때 마다 쑥스러웠다”며 “다시 만들고 싶었고, 기회가 와서 공들여 작업했지만 촬영기간이 짧아 좀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KBS는 ‘10년의 약속, HD TV 문학관 100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해부터 10년 간 ‘HD TV 문학관’을 통해 총 100편의 예술성 높은 작품을 방송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 해 ‘소나기’ ‘내가 살았던 집’ ‘메밀꽃 필 무렵’ 등 10편을 방송해 수준 높은 영상미로 호평을 받았으며 ‘등신불’은 올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올해에는 이 밖에도 이기호 원작 ‘나쁜 소설’, 조세희 원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박민규 원작 ‘카스테라’ 등 5편이 방송될 예정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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