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없는 사람들과 집을 넓히려는 사람들을 한숨 쉬게 하는 소식이 줄을 잇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판교 신도시의 8월 2차 분양에서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지역인 분당 아파트 시세의 90%로 맞춰 평균 1,800만원에 달했다.
분양가가 너무 높다. 주변 시세와 연동시키고 채권입찰제를 도입한 것이 분양가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다. 분양가가 8억1,700만원인 44평형 아파트를 청약하려면 순수 분양값 5억8,300만원 외에 채권 손실액으로 약 2억3,4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 지나치게 높은 판교ㆍ은평 분양가
채권입찰제의 도입 취지는 최초 분양자가 얻을 수 있는 과도한 이익을 공공이 환수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채권 판매로 조성한 자금을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 등에 투입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제도로 인해 판교 중대형의 실질 분양가는 중소형에 비해 평당 40% 가량 높아졌고 결국은 주변 시세뿐 아니라 다른 지역 분양가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SH공사(옛 서울도시개발공사)가 토지를 수용해 공영개발하는 서울 은평뉴타운의 분양가가 평균 1,500만원으로 정해졌다. 은평지역 평당 아파트 가격 740만원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다.
높은 분양가로 인근 아파트 가격은 물론 민간 건설업체의 분양가마저 올라가고 있다. 또 공영개발과 마찬가지인 파주 운정신도시의 분양가가 평당 1,400만~1,600만원에 제시된 것이나, 용인지역에서 나올 민간 분양주택의 분양가가 평당 1,600만~1,8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판교의 고분양가 영향 탓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 주거 안정을 책임져야 하는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개발이익을 취하면서 고분양가로 집값 불안을 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한편으로는 부동산 거품을 경고하면서 다른 편에서는 고분양가를 묵인, 조장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분양가를 낮추어 과도하게 낀 주택가격 거품을 제거하고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싱가포르처럼 공공주택 중심 공급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를 규제하는 것은 어렵다. 8월23일 대전지법은 천안시의 분양가 규제에 대해 민간택지에 들어선다는 이유로 위법 판결을 내렸다.
싱가포르의 자가 보유율은 2004년 현재 92%에 달하고 국민의 84%가 주택개발청에서 공급한 공공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의 자가 점유율은 54%에 불과하다. 전체 주택 가운데 주택개발청이 공급한 4실형(우리나라의 32평형 아파트에 해당) 이상 주택 비율이 2000년 51%로 한국의 현재 20%보다 훨씬 높다.
싱가포르의 주택가격은 주택개발청에서 신규주택을 최초 공급할 때 시중가격의 약 55%로 공급한다. 2003년 기준으로 4룸형 아파트는 10만~18만 싱가포르달러(7,000만~1억3,000만원)에 분양됐다. 5룸 아파트는 17만~25만 싱가포르달러(1억1,900만~1억7,500만원)에 분양됐다.
평당 가격으로 치면 200만~400만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연간소득 대비 주택가격은 공공주택의 경우 주택유형에 따라 최저 2.3배, 최고 7.7배 수준으로 2003년 서울의 9배에 비해 자가주택 구입이 훨씬 용이하다.
● 싱가포르 식 공공주택 공급해야
주택개발청에서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2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투기를 막기 위해 분양자격과 주택 매각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만 21세 이상으로 가족 구성원이 1명 이상이어야 하며, 월평균 소득도 400만원 이하여야 한다. 공공주택 구입자가 이사할 경우에는 주택개발청이 환매권을 가진다.
한국도 이제부터는 공공부문이 저렴한 원가로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주택환매권 도입 등으로 투기를 막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현재의 과도한 주택가격 거품을 해소하고 다수 국민들에게 30평 이상의 주택을 누리는 행복을 줄 수 있다.
장상환ㆍ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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