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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동북공정의 진정한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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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동북공정의 진정한 난관

입력
2006.09.1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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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발해, 부여 역사 왜곡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최근 동북공정 논란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중국측 보도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대륙 언론 대부분은 침묵을 지켰고, 홍콩 매체에서만 사태의 진행상황을 요약 설명하는 수준의 보도를 내고 있을 뿐이다. 2004년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불거졌을 때 나왔던 중국 언론의 감정적 반응조차 이번에는 나오지 않는다.

● 침묵 지키는 중국 언론ㆍ학계

이런 맥락에서 닝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대사가 15일 "중국은 2004년 한중 양해 구두 각서를 위반한 일이 없다"고 한 발언은 일리가 있다. 동북공정을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피하자는 합의를 상기할 때 도를 자제해 쟁점화시키지 않으려는 중국 당국의 태도는 평가받을 필요도 있다.

그런데 이 점이 동북공정 문제를 푸는 가장 큰 난관이기도 하다. 한국측이 왜곡으로 문제 삼는 대목이 무엇이고, 이에 대한 동북공정 참가 역사학자들의 입장과 반론이 무엇인지를 중국 인민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사실은 깊이 헤아릴 필요가 있다.

동북공정 학자들의 학술적 의도와 연구진행 상황, 연구 결과들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보도들이 나와야만 중국 사학계에서도 진위를 가리는 열띤 논쟁이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보도가 없다 보니 학계 논쟁은 수면 아래에 있다. 결국 동북공정 논란을 학술 차원으로 풀자는 양국간 구두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중국 내 여건은 조성되지 않은 셈이다.

동북공정에 대한 언론 보도와 학술적 논의를 가로막는 요인은 역설적이게도 중국의 정치 상황이다. 동북공정이 드러날수록 동북공정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신장(新疆) 등 다른 변경 지역의 '역사 새로 쓰기'도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논쟁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영토 안에서 이뤄졌던 모든 이민족의 역사를 자신의 역사로 서술하려는 동북공정 문제의식도 이런 상황과 동전의 양면 관계에 있다. 영토 내 모든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둔갑시키는 역사인식은 분명 패권주의적이며 몰역사적이다. 땅을 갖는다면 역사도 소유할 수 있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 논의 가로막는 중국 정치상황

하지만 각도를 달리해서 보자면 이는 땅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한다는 수세적 발상이기도 하다. 역사를 새로 써야만 할 현실적, 정치적 동기가 크기 때문에 부득이 새로 쓰는 것이다.

결국 이런 중국의 정치적 상황에서 동북공정은 한중간 합의대로 양국간 학술교류로 원만히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1980년대부터 진행된 한일 역사 논쟁에서 우리는 그간 가장 큰 걸림돌로 일본 정치의 보수화 등 정치사회적 배경을 꼽아왔다. 개방사회인 일본과의 논쟁에서도 이럴진대 중국과의 역사논쟁에서는 더욱 더 많은 암초를 만날 것이다. 장기전을 피할 길은 없는 듯하다.

이영섭ㆍ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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