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고향인 독일의 레겐스부르크에서 12일 집전한 야외미사에서 행한 이슬람 관련 발언이 이슬람권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황이 연설에서 이슬람의 지하드(성전)를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 논란의 근원이다. 그는 14세기 마누엘 팔레올로고스 비잔틴황제와 페르시아 지식인의 대화를 상세히 기술한 책을 언급하며 “인용하면, 황제는‘무하마드(마호메드)가 가져온 새로운 게 무엇인지를 보여달라, 그러면 무하마드가 자신의 신념을 칼로 전파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그런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들만을 당신은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면서 “그 황제는 지하드, 즉 성전의 문제에 관해 이야기한 것”이라고 책 구절을 수 차례 반복했다.
교황의 발언이 전해지자, 이슬람권은 즉각적인 사죄를 요구하며 발끈했다. 이집트 ‘무슬림 형제’의 지도자인 모하메드 마디 아케프는 14일 성명을 통해 “그런 언급은 이슬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아니라, 단지 서방에서 되풀이되는 잘못되고 왜곡된 신념일 뿐”이라며 “가톨릭 교회의 수장으로부터 그런 언급이 나온 것은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57개국이 참여한 이슬람회의기구(OIC)도 “이런 갑작스러운 캠페인이 이슬람 종교에 대한 바티칸 정책의 새로운 흐름을 반영하는 게 아니기를 바란다”고 우려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바티칸 대변인이 “이슬람인의 정서를 자극하기 위한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슬람권의 반발은 이튿날 더욱 거세졌다.
파키스탄 의회는 15일 만장일치로 교황이 이슬람에 대해 ‘경멸적인 발언’을 했다고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 무슬림들의 감정을 상하게 한 데 사과하고 발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란의 고위 성직자 아흐마드 하타미는 15일 테헤란대학에서 열린 금요 기도회에서 “교황이 이슬람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고 이런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으며, 이스마일 하니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도 ‘이슬람 때리기’를 중단하라고 가세했다.
레바논 시아파 고위성직자인 아야톨라 모함메드 후세인 파드랄라는 “바티칸 대변인이 아니라 교황이 개인적으로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집트에서는 반 바티칸 시위도 벌어졌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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