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효과 / 나탈리 에니히 지음ㆍ이세진 옮김 / 아트북스 발행ㆍ1만5,000원
1890년 7월29일, 빈센트 반 고흐의 장례식은 쓸쓸했다. 교회마저 자살로 생을 마친 그의 영결을 외면하자 동생 테오는 형의 장례식을 식당에서 치러야 했다. 장례식 직후 고흐의 아틀리에 1층에서 몇몇 친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 고별 전람회가 그의 첫 단독 전시였다. 그로부터 100년 뒤 프랑스 ‘르몽드’는 성대한 고흐 기념전과 추모 미사 소식을 전하며 “많은 참석자들이 지난 무관심을 속죄했다”고 적었다.
프랑스 예술사회학자 나탈리 에니히의 저서 ‘반 고흐 효과’는 이 무명 화가가 사후에 예술계 영웅 전설의 주인공이자 문화 아이콘으로 우뚝 서게 된 과정을 추적한다. 작품에 대한 생전 고흐의 무관심, 죽음을 맞이한 해에야 비로소 처음으로 미술비평문의 주어로 등장한 내력, 그리고 사후 30년 동안 쏟아진 평단의 찬사와 폭발적인 대중의 사랑…. 그 같은 격변은 과연 고흐의 그림에 대한 미학적 평가에 따른 것일까. 저자는 ‘아니다’라고 답한다.
에니히는 고흐가 영웅이 돼가는 과정을 전래 ‘위인전’의 서술 방식에 대비시킨다. 소명-비범성-고립-사회 부적응성-금욕과 가난-재화를 초월한 지고의 정신-몰이해로 괴로워하는 순교자-후대의 성공….
고흐가 죽고, 6개월 뒤 동생 테오마저 숨지자 상속자인 테오의 미망인은 형제가 나눈 편지를 정리해 책을 낸다. 서신에 담긴 고흐의 고뇌와 고독, 열정, 상처는 대중들로 하여금 그의 예술세계와 고흐라는 인간을 유작 위에 고스란히 투영하게 한다. 이제 고흐의 그림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그의 생애 전체의 열광과 겹치고, 그림 값은 생전의 무관심과 냉대에 대한 보상 혹은 예술적 순교에 대한 사회적 속죄의 의미까지 얹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저자는 고흐로 하여 비롯된 이 현상, 곧 예술가를 향한 속죄와 숭앙의 상승효과를 ‘반 고흐 효과’라 부른다. 이 반전의 신화는, 지금 어느 후미진 다락방에서 고독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하고 있을 무명의 예술가들에게 힘이 되고 있을 것이다. 끝내 불우했던 고흐가 지금 불우한 예술가들에게 남긴 선물이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