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고, 그의 미친 뇌가 궁금하다
LG 아트 센터가 만든 ‘이아고와 오셀로’는 셰익스피어 다시 읽기의 극치이길 원한다. 세상을 향해 야유와 조소를 퍼붓는 간신 이아고, 질투의 화신 오셀로는 연출가 한태숙을 만나 또 하나의 작품이 된다.
세트와 의상이 극도로 현대화된 무대는 비극적 살인 놀이의 현장이다. 조연으로 그려지기 일쑤였던 이아고가 게임의 주재자로 등장, 야비한 인간의 전형을 보여준다. 동기 없는 악의, 절대악, 순수한 악으로서의 이아고를 정면에서 응시하며 해부해 보자는 무대다.
거대한 탑을 상징하는 철제 조형물, 경사 무대와 경사로, 실제로 물이 담긴 우물 등 무대 세트에는 현대성이 물씬 풍긴다. 원본 그대로인 대사가 오히려 낯설어 보일 정도다.
시청각적 이미지가 전면에 대두, 극에 끊임없이 개입한다. 이아고의 불안한 내면을 암시하는 검정 개(연기 이기돈)가 배회하고, 무대 한 켠에서 라이브로 들려지는 피아노 3중주단에서는 음울한 현대 음악의 선율이 계속된다.
인간 내면의 어둠을 형상화하기 위해 불안정한 바닥과 낭떠러지를 주조로 한 이태섭의 무대 또한 심상찮다. 열 명으로 압축된 등장 인물들이 주고 받는 게임의 현장을 그는 방파제의 높다란 길과 낭떠러지처럼 구성해 놓는다.
한태숙은 “이아고의 뇌를 해부해 보고 싶다. 그의 미친 뇌가 궁금하다”고 했다. 무대는 바로 이아고의 미친 뇌 안이다. 현대적 이미지가 그 두뇌속을 아로새긴다.
강렬한 내면 연기의 달인 박지일(이아고), 우직함이 돋보이는 장우진(오셀로), 가녀린 듯 강렬한 김소희(데스데모나) 등 트리오의 연기가 객석을 장악한다. 17일까지 LG 아트 센터. 오후 3시, 7시. (02)2005-5114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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