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ㆍ이승수 등 옮김. / 서교출판사 발행ㆍ각권 9,500원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연작 소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이 모두 10권으로 완역됐다.
매력적인 깡패 신부 돈 까밀로와 공산당원 왈패 읍장 뻬뽀네, 그 둘 사이를 중재하면서도, 까밀로보다 뻬뽀네를 더 편드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인간적인 예수님…. 이들이 펼치는, 하나 하나가 유쾌하고 따뜻한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이다.
공산당 일이라면 사사건건 트집인 까밀로 신부가 미워 밤길에 몰매를 놓고서는 그 사실을 성당에 와서 고해하는 읍장 뻬뽀네, 끈기 있게 뻬뽀네의 고해를 듣고 보속(補贖)까지 해주고도 끝내 분을 못 이겨 그의 등짝을 걷어차고 마는 까밀로, 까밀로의 분노를 꾸짖고 타이르다 “(정 참기 힘들면) 딱 한 번만 차라”고 허락하는 예수님, 발길질에 나자빠졌다가 일어서면서 “10분째 이걸 기다리고 있었소. 나도 이제야 마음이 한결 후련해졌소”라며 빙긋 웃는 뻬뽀네….
이들의 다툼은 늘 이렇게 격렬하지만, 또 둘 만큼 서로를 이해하는 존재도 없다. 화해하기 힘든 종교와 공산주의의 두 가치가 직정(直情)으로 부딪치다가 돌아서서 이해하고 빙그레 웃는 모습은 오히려 천진난만하고, 그래서 사랑스럽다.
이 소설은, 그 내용만큼 탄생의 이력 또한 재미있다. 2차대전 패전국 이탈리아가 파시즘의 후유증과 전후의 상실감, 공산주의의 이념적 공세 등으로 실의와 혼란에 빠져있던 1940년대 후반. 주간지 기자였던 과레스끼(1908~1968)는 그럴싸한 기사거리를 찾지 못할 때마다 얼렁뚱땅 이야기를 꾸며 지면을 채우는데, 그게 뜻밖의 인기였다고 한다. 그래서 아예 눌러앉아 쓰기 시작한 게 이 작품이다. 그의 이야기는 전후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상처를 위로했고, 종교와 이념을 넘어 휴머니즘의 고전적 가치를 부각시켰다. 그의 따뜻한 공감의 웃음은 소설로, 영화로 대륙과 대양을 넘어 전해지고 있다. 올해는 까밀로 연작의 첫 작품이 발표된 지 꼭 60년이 되는 해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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