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집에 나랑 닮은 아이가 있어"황선미 지음ㆍ김윤주 그림 / 창비 발행ㆍ9,000원
스타 동화작가 황선미씨의 신작 ‘나온의 숨어 있는 방’은 장편 판타지 동화다. 현실의 공간이 꿈 속으로 확장되고, 꿈 속의 체험이 실제의 일상으로 이어지는 세상. 그 안에서 만나게 되는 주인공이 ‘나온’이다.
나온이는 천식을 앓는 5학년 여자 아이다. 기침이 나오니까 운동을 못하고, 여자니까 바지도 못 입는다, 잔소리만 해대는 ‘고집쟁이’ 엄마가 나온이는 영 못마땅하다. 나온이네는 곧 이사를 가야 한다. 살고 있는 아파트가 헐리기 때문인데, 엄마가 원하는 새 아파트는 너무 비싸다. 엄마가 어릴 적 살았고, 나온이가 태어난 교외의 낡은 넝쿨 집은 있다. 엄마는 그 집을 팔려고 하지만, 아빠는 엄마 몰래 그 집을 수리하고 있다.
거기서 살기 위해서다. 아빠의 심부름으로 넝쿨 집에 가게 된 나온이는 그 집이 마음에 든다. “우거진 수풀 뒤에 멋진 풍경”의 뜰이 있고, 갖가지 꽃들 속에서 ‘기막히게 좋은 향기“가 뿜어 나온다. 그리고 그 정원에서 낯선 또래 남자 아이를 만난다. “넌 나와 등을 댄 아이야”라며, 나온이의 경계심을 한 순간에 허물어뜨리는 ‘라온’이.
라온이와 나온이가 머무는 넝쿨 집은 다른 시간이 공존하는 공간, 환상의 공간이다. 작가는 “바람에 날리는 커튼처럼 흰 무리가 뿌옇게 일렁이는” 신비의 넝쿨 집을 실감 나게 묘사하면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온이의 병과 가족에 얽힌 비밀스러운 사연들. 라온의 할머니가 등장하고, 할머니가 치료하는 또 다른 아이들이 신비의 넝쿨 집 무대 위로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미스터리의 깊이를 더해간다. 그리고 나온이의 또 다른 친구 ‘강우’의 불우한 생활과 ‘가족’의 의미….
치밀한 구성과 생동감 있는 묘사,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어우러진 우리 판타지 동화의 낯선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초등고학년 이상.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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