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1만2,000원
남이 아닌 ‘나’를 위해 살아라. ‘공자님 말씀’으로 상징되는 동양적 가르침에서 그런 교훈은 찾기 힘들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동아시아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회악(惡)적인 개념으로 통했다. 그래서 세속적 성공을 거둔 이들은 갈등하기도 한다. ‘성공은 했지만 분명 잘못 산 것 같다’고.
그러나 동아시아의 철학에도 분명 이기주의에 대한 깊은 사고가 있었다. 아니 이기주의, 개인의 완성과 이익추구야말로 사회와 국가의 근본이라는 강력한 주장이 있었고, 동아시아 철학자들의 큰 논쟁거리이기도 했다.
“내 터럭 하나를 뽑아 온 천하를 이롭게 할 수 있다 해도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이는 기원전 440년, 중국 전국시대에 살았던 양주(楊周). 그의 주장은 강력한 국가권력 확립을 위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였던 당시 상황에서 충격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위아(爲我) 발언은 이후 ‘맹자’‘회남자’‘한비자’ 등의 고전에 언급되며 ‘위아논쟁’으로 발전됐다. 왕도정치를 주장하는 맹자는 양주를 “남을 위해 희생할 줄 모르는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한비자’‘회남자’ 등에서는 위아를 “자신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고 나라를 위하는 삶”으로 규정한다. 이는 “생명사상의 근원이며, 자신의 행복도 지키지 못하면서 국가와 사회를 논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양주에 앞서 공자도 “자신을 위해 공부하라”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의 중요성을 설파한 바 있다.
책은 시대에 맞는 동양적 사고의 재해석이다. “옳은 말씀만 하는 무겁고 고루한 동양 고전도 바뀐 시대 흐름에 따라 우리 삶에 맞는 가치관으로 다시 생각하자”는 지극히 도발적인 제안이다. 최근 ‘우리 시대의 주목받는 신진 동양철학자 8인’에 선정된 저자 김시천(호서대 연구교수)씨는 “이기주의는 참으로 자기를 위하는 길이자 보편적 인간의 근본 성향으로, 이기적 욕구는 억압의 대상이라기보다 충족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권오현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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