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로또'로 온 국민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판교신도시 2차 분양이 13일 중대형 아파트 1순위 청약 마감과 함께 대부분 마무리됐다. 이번 분양은 판교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인해 비상한 주목을 끌었으나 고분양가 논쟁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게 남겼다.
서판교는 현대, 동판교는 금호
14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최대 관심사였던 중대형 아파트에는 모두 15만207명이 청약해 수도권 1순위자의 평균경쟁률이 43.6대1을 기록했다. 이는 수도권 청약예금 1순위 129만명 중 11%가 청약에 나섰다는 의미로 당초 예상치였던 50대1보다는 다소 떨어지는 수치다.
개별 아파트별로는 서판교 A13-1블록의 현대 56평형이 868.9대 1로 가장 높은 인기를 끌었고 동판교의 금호 57평형도 76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성남시 거주자 우선공급 물량인 서판교 A2-2블록의 주공 45평형은 3대 1의 최저 경쟁률을 기록했다. 25.7평 이하 공공분양주택을 포함할 경우 총 청약자는 15만5,805명, 경쟁률은 모집가구(6,780가구) 대비 23대 1로 집계됐다.
주택별로는 아파트가 47대 1, 연립주택이 42.9대 1이었고, 구역별로는 교통과 편의시설 측면에서 앞선 동판교 지역이 27.1대1로 주거 쾌적성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서판교(19대1) 지역보다 더 높은 인기를 끌었다. 동양생명에서 공급한 중대형 임대주택 41평형은 10억원이 넘던 분양전환 가격을 9억1,700만원으로 낮춘데 힘입어 10대 1의 비교적 양호한 경쟁률을 보였다.
연립 및 중대형 임대주택 눈길
판교 2차 분양에서는 연립주택과 중대형 임대주택이 등장하면서 주거형태의 다양화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전체 청약건수의 90%를 차지한 인터넷 청약은 새로운 청약문화의 정착 가능성을 보였고, 과열 청약 열풍이 한풀 꺾였다는 점에도 의미를 둘 수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가 더 많았다. 논쟁의 중심은 고분양가였다. 분당을 포함한 성남지역 아파트 시세의 90%를 분양가로 책정하면서 건설업체 분양가와 채권손실액을 더한 실질분양가가 평당 1,800만원대에 달해 공공택지 분양 아파트 중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로인해 "정부가 '버블세븐' 중 한 곳인 분당의 가격을 그대로 인정하는 등 거품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기도 했다.
처음 선을 보인 중대형 임대주택 역시 임대료가 분당 지역 전세가격보다 높게 책정되고 분양전환 가격이 10억원을 호가하는 바람에 "임대주택의 취지를 망각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판교의 높은 분양가는 당장 파주 운정신도시나 용인 등 인근의 신규 아파트 분양 예상가를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 동안 폐지됐다가 이번에 부활된 채권입찰제는 그 생소함 때문에 청약자들의 혼란을 불러 일으켰고 초기자금 부담을 높이는 주범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업계는 토지 공급 비용을 낮추고 채권입찰제를 개선해 분양가와 임대료를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공공택지에 분양되는 아파트들은 대부분 부유층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서민층의 주거 문제 해결을 돕는다는 공공분양의 취지는 갈수록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향후 일정 판교 2차 분양 당첨자는 10월 12일 발표되며 계약은 11월 13일부터 단지별로 시작된다. 당첨자들은 자신의 청약적격 여부를 최종적으로 검토한 뒤 계약에 앞서 11월8일부터 제2종 국민주택채권을 국민은행 본ㆍ지점에서 사야 한다.
채권액을 매입상한까지 써낸 중대형 아파트 당첨자들은 38~39평의 경우 1억5,000만원, 43~47평형은 2억1,000만~2억2,000만원, 50평형대는 2억5,000만~2억6,000만원의 초기자금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자금 조달 계획을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대형의 경우에는 대부분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미리 은행 등을 찾아 대출가능 금액을 확인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향후 이용할 수 있는 제2금융권을 물색해놓는 것도 필요하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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