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군대위안부 결의안이 두 번의 상정 실패 끝에 13일 통과된 데는, 파킨슨병과 싸우며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해 힘을 기울인 민주당 레인 에번스(사진) 의원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
11월 정계를 은퇴하는 에번스 의원은 13일 오전 11시 50분 미 하원에서 일본군 군대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감격에 겨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에번스 의원은 병으로 몸을 가누기조차 쉽지 않은데도 방청석에서 휠체어에 앉아 동료 의원들의 회의 진행과정을 지켜봤다. 국제관계위 소속 의원들은 안건을 처리한 뒤 결의안 통과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회의장 맨 앞줄 방청석을 지키고 있던 에번스 의원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일리노이주 록아일랜드 출신인 에번스 의원은 고등학교 졸업 뒤 해군에 입대, 오키나와(沖繩) 미군기지 등에서 근무하다 1971년 전역했다. 이후 워싱턴의 조지타운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고향인 록아일랜드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변론 등을 펼치며 변호사로 활약했다. 82년 민주당 소속으로 임기 2년의 하원의원에 뽑힌 이래 11번째 의원직을 맡고 있다.
그는 베트남전 당시 미국이 살포한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 피해 문제를 부각시키고, 91년 걸프전 참전 군인들과 2세들이 겪고 있는 ‘걸프전 증후군’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도 했다.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8년 같은 일리노이주 출신인 윌리엄 루핀스키 의원이 일본 정부에 대해 2차 대전 당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배상토록 하는 결의안을 제출했을 때 함께 일하면서부터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한편 워싱턴한인회 등 한인단체들은 정계를 은퇴하는 에번스 의원을 위해 29일 송별회를 열 예정이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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