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은 높고 혀는 춤춘다 가을 출두요!
옷장을 여는 속도보다 빨리, 가을이 찾아왔다.
깊은 서랍 속에 묻어놓았던 긴 팔 옷을 미처 꺼내기도 전에 불현듯 불어온 찬바람에 완연한 가을이 왔음을 실감한다.
파란 하늘이 드높아지면서 허허로워진 빈공간을 가을의 결실이 하나, 둘 채우고 있다. 풍요의 계절이 아니랄까 봐. 들에서, 산에서, 물에서 산해진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알알이 영근 벼는 가을 볕에 노랗게 뜸을 들이고, 만삭의 아낙이 잔 숨 몰아 쉬듯 주렁주렁 사과와 배, 감을 매단 과실나무는 가을의 무게가 버거워 보인다.
결실의 흥겨움은 축제로 이어진다. ‘인삼의 땅’ 충남 금산에서는 22일부터 금산세계인삼엑스포가 성대히 열려 전세계에 인삼의 효능을 널리 알린다. 충청의 바다에는 전어와 대하가 가을을 대표해 나타났다. 충남 서천 홍원항은 16일 시작될 전어축제로 이미 들떠있고, 홍성 남당항은 23일부터 천수만에서 득시글대는 대하를 풀어 성대한 대하축제를 펼친다.
태백 준령에서는 귀한 송이를 잉태한 금강소나무들이 그윽한 송이향으로 여행객을 불러 모은다. 강원 양양은 28일부터, 경북 봉화는 29일, 울진은 30일부터 송이축제를 펼친다.
입으로 느끼는 가을이고, 맛으로 흥겨운 축제들이다. 어디 먹는 기쁨 뿐이랴. 바야흐로 마음도 함께 풍만해지는 축제의 계절, 가을이다.
■ 9월 축제 일정
▲ 제8회 효석문화제(~9.17) / 강원 평창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소금을 뿌린 듯 하얀 꽃이 피어있는,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에서 이효석 선생의 문학과 메밀꽃을 주제로 축제 개최. 10여 만평의 메밀꽃밭이 장관.
▲ 서천 홍원항 전어축제(9.16~29) / 충남 서천군 홍원항 일원
가을을 대표하는 물고기 전어의 철이다. 서천 홍원항 인근 바다에 전어가 떼로 몰려들 즈음에는 고소한 전어맛에 중독된 전어광들이 포구를 가득 메운다.
▲ 제8회 김제지평선축제(9.20~24) / 전북 김제 부량면 벽골제 중심
국내 유일 지평선을 볼 수 있는 땅 김제. 우리나라 최고 오래된 저수지인 벽골제 인근에 마련된 다양한 농경문화체험행사에서 가을 향수와 낭만에 빠져들 수 있다.
▲ 제2회 군산국제자동차엑스포(9.20~9.24) / 전북 군산시 군장국가산업단지
국내외 자동차 업체의 첨단 기술 경연장으로 4WD오프로드 체험, 폐차 그래피티 아트 체험, 어린이 교통면허 발급, 모형자동차 경주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 가야세계문화축전(9.22~10.3) / 경남 김해시 가야역사유적지 일원
제4의 고대 국가, 가야의 신비를 밝히는 축제. 수로왕과 인도 허황옥의 결혼을 상징하는 국제결혼한마당, 아시아와 유럽의 현악기를 한데 모은 '현의 길' 등이 볼만하다.
▲ 2006금산세계인삼엑스포(9.22~10.15) / 충남 금산군 금산읍 인삼약초시장
인삼은 한국의 자존심. 국내 인삼 생산량의 80%가 유통되는 금산에서 열리는, 인삼을 주제로는 처음 개최되는 엑스포. 인삼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 제11회 홍성남당리대하축제(9.23~10.15) /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
가을은 새우중의 으뜸이라는 왕새우, 대하의 철. 안면도에 가로막힌 커다란 바다의 호수, 천수만에서 자란 대하를 굵은 소금 위에 올려놓고 벌겋게 구워내 먹는 그 맛이란.
▲ 제10회 봉화춘양목송이축제(9.29~10.2) / 경북 봉화군 봉화읍, 춘양면 주변
태백과 소백 준령에 파묻혀 때묻지 않은 고장 봉화. 춘양목으로 불리는 으뜸 소나무 금강송이 키워낸 귀한 송이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 양양송이축제(9.28~10.4) / 강원 양양군 양양읍 일원
청정의 산하 설악산과 남대천이 빚어낸 송이를 맛볼 수 있는 기회. 송이채취체험, 송이 생태견학 등 현장체험행사와 함께 송이요리 페스티벌, 송천떡만들기 등도 준비됐다.
▲ 제9회 충주세계무술축제(9.30~10.8) / 충북 충주시 칠금도 일원
5,000년 민족혼과 세계 무술의 만남이란 주제로 태껸의 본고장인 충주에서 열리는 무술축제. 볼거리가 화려하다. 세계 각국의 전통무술 시연을 볼 수 있다.
▲ 제10회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9.29~10.8) / 경북 안동시 일원
일본 러시아 폴란드 등 17개 국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행사.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안동에는 하회마을, 병산서원, 퇴계 오솔길, 봉정사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 제31회 정선아리랑제(9.29~10.2) / 강원 정선군 정선읍 인근
정선의 산하를 닮아 정선아리랑의 가락은 구슬피 휘돌아 흐른다. 정선공설운동장과 아라리촌을 주무대로 아리랑공연, 월드뮤직페스티벌, 아라리문학축전 등이 펼쳐진다.
▲ 제5회 울진송이축제(9.30~10.2) / 경북 울진군 울진읍 엑스포공원 일원
금강송이 가장 많이 자라고, 송이도 가장 많이 출하되는 汰?울진이다. 축제 전 전화로 예약을 하고 참가비 1만원을 내면 송이가 나는 산에 가서 송이채취체험을 할 수 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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