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남부서 세력회복… 나토, 추가파병 지지부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반군이 다시 세력을 확대하고 있으나 폴란드를 제외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은 13일 추가 파병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전날 “아프간을 내버려 두면 또다시 ‘실패한 국가’가 돼 버린다”며 우방들의 관심을 호소했었다.
2001년 11월, 미국은 9ㆍ11 테러의 배후로 알 카에다를 지목하고 근거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 탈레반은 예전 못지않게 세력을 넓히고 있다. 지난 주 아프간 주둔 미군 소식통은 수도 카불에서 겨우 160㎞ 떨어진 가즈니지방의 21개 구역 중 9개 구역에서 탈레반이 상당한 세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나토군도 올 들어 모두 아프간에서 모두 173명(아프간 민간인 151명 포함)이 자살폭탄 테러로 숨졌으며, 이런 공격이 최근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탈레반 세력이 강해지면서 7월 말 미군으로부터 아프간 남부 작전권을 넘겨 받은 나토군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제임스 존스 아프간 주둔 나토군 사령관이 2,000~2,500명의 병사를 추가 파병해달라고 긴급히 요청한 데 대해 대부분 나토 회원국들은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제임스 아파투라이 나토 대변인은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진 나토 회원국 회의에서 아프간에 병력을 늘리겠다는 공식적 제안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단 폴란드 국방장관은 14일 내년 2월까지 900명을 아프간 동부에 추가 파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벨기에를 방문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지도자들에게 “탈레반은 알 카에다보다 더 무서운 존재”라고 경고했다. 알 카에다와 달리 탈레반은 아프간 주민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14일 “미국의 전후 정책 실패로 ‘아프간의 이라크화’ 현상이 강화되면서 아프간이 또다시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이스 장관은 전날 “1980년대 소련이 떠난 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까지 아프간을 떠난 공백기에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 테러리스트를 양성하는 ‘실패한 국가’가 됐었다”면서 “이번에도 아프간을 떠나면 아프간은 또다시 실패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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